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착한 사람 병 ②
회의가 끝났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좋은 방향 같아요."
"한번 해보죠."
회의실 문을 닫는 순간,
진짜 얼굴이 튀어나왔다.
"아 저게 말이 되냐?"
"그냥 대충 해. 어차피 안 될 거 알잖아."
"그냥 시키는 척만 하자."
이게 착한 사람 병의 민낯이다.
앞에서는 순한 양.
뒤에서는 무책임한 하이에나.
정면으로 싸우지 않는다.
솔직하게 반대하지 않는다.
왜냐고?
미움 받을까 봐.
본인 이미지 구기기 싫어서.
그래서 조직은 겉으로는 평화롭다.
근데 속은 썩고 있다.
곪고, 터지고, 죽어가고 있다.
아무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거 망한다"고 경고하지 않는다.
다들 속으로만 중얼거린다.
"언젠가 알아서 터지겠지."
"난 가만히 있으면 되겠지."
그리고,
진짜 일하던 사람, 진짜 문제를 말하려던 사람만
혼자 탈진해서 나가떨어진다.
슬랙에는 "수고하셨어요" 이모지만 남고,
진짜 책임지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착한 사람들은 누구도 때리지 않는다.
그 대신,
조용히, 느릿하게, 천천히 사람을 죽인다.
이건 조직문화가 아니다.
이건 집단적 위선이다.
위선은 존나 부드럽게 사람을 말려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