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먹는 일엔 세대 차이가 없다
편의점 냉장고 맨 위 칸,
뜬금 없이 뿌요소다 하나가 홀로 놓여 있다.
보는 순간 반가웠다.
'와 이거 아직도 있네?'
하지만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이거... 요즘 입맛은 아닌 건가?
매달 새로운 맛이 쏟아진다.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아는 얼굴들이 말차맛, 마라맛 옷을 갈아입는다.
초코파이가 민트초코옷을 입고,
초코하임이 밀크티를 품는다.
신기해서 몇 번은 사봤다.
하지만, 결국 자주 찾게 되는 건
고래밥, 닭다리, 칙촉.
어릴 적 먹던 그 과자들.
새로운 맛은
'아 이게 유행이야?' 이해하면서 먹는 느낌?
아는 맛은 그냥 입이 기억하니까.
트렌드보다 아는 맛에 자꾸 손이 가는 건,
아무래도 내가 늙어간다는 뜻일까.
그러고 보면 지금 내 모습, 어디서 본 거 같다.
아빠가 퇴근하고 사오던 아이스크림 봉지엔
항상 누가바, 비비빅, 아맛나...
엄마가 편의점에서 집어드는 건
꼭 꿀꽈배기, 조청유과, 오징어땅콩.
그땐 말했다. "아 진짜 웃겨. 왜 이런 거만 사와!"
입도 안 댔는데.
고래밥부터 고르는 날 보고 언젠간 우리 애도 말하겠지.
"이게 뭐야, 엄마 왜 이런 거 사?"
할매입맛, 아재입맛이라는 말은
입맛이 옛날이라기보다,
그 시절 슈퍼에서 설레는 맘으로 집어들던,
익숙함에 가까운 말일지도 모른다.
추억은 입에 남고, 혀는 기억한다.
요즘 과자가 옛날 맛으로 돌아오는 건
단지 마케팅 전략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새로운 맛보다, 내가 아는 맛이 더 반갑고
더 쉽고, 더 다정한 나이.
입은 여전히 씹고 있지만,
그 씹는 감각이 문득 기억을 건드릴 때—
나는 자꾸, 씹다가 멈칫하게 된다.
입에서 시작된 감각은,
때로 기억과 구조로 이어집니다.
‘씹다가 멈칫’은 감각의 흐름을 기록합니다.
이 시리즈는 1편부터 읽을수록 더 맛있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