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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의 그 것.

풍선

by FreedWriter

질긴 고무 주둥이에 생명를 불어 넣는다. 동그란 모앙의 고무의 입과 나의 입맞춤으로 흡사 인공호흡을 하듯 생기를 불어 넣으면 금방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그렇다. 풍선이다. 다양한 쓰임새의 풍선은 바람을 넣어주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의 고무, 본질 그 자체지만 바람, 공기를 넣어주면 그 역할은 달라진다.

놀이동산에 곳곳마다 배치되어 있은 각양각색 모양의 풍선은 어린 자녀들을 유혹해 얇디 얇은 나의 지갑안에 있는 용돈을 뺏어간다. 왜 이리 비싼 것인가. 조금 이쁜 모양의 풍선들은 나의 점심 한 끼 값보다 값어치가 더 나간다는 것인가.

아무렴 어떠한가, 자녀들이 좋다는데. 라는 생각도 잠시 뿐, 어느 새 지갑은 열렸고 떨리는 손은 사장님께 지폐 몇장을 건넨다. 아무래도 아깝긴 하다.

순간의 즐거움으로 아이들에 표정은 웃음꽃이 활짝이지만 나의 표정은 아무래도 이건 아닌데 라는 어두운 먹구름만 가득하다.

만약, 풍선을 통제하고 있는 고사리 같은 손이 실오라기 같은 선을 놓는 순간, 하늘로 샘솟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나의 내면의 화도 용솟음치며 폭발할 것 같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다행이 경험해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감사해야겠다.

놀이동산에서 함께한 풍선은 집까지 동행한다. 아무래도 나의 몇 끼 식사와 바꾼 그 녀석을 놀이동산 쓰레기통에 버리고 올 수 없을 뿐더러 손에 꼭 쥐고 있는 아이들의 마지막 남은 동심을 파괴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한동안 함께 한 풍선은 이내 곧 떠날 채비를 하듯 조용한 마지막을 준비하며 살을 뺀다. 아이들은 살려보려 애를 쓰지만 별 수 없다. 아빠를 찾지만 살려주고 싶은 일말의 마음도 없는 아빠는 이제 보내줄 시간이라고 아이들에게 이해를 구한다.

아.. 아까운 내 돈..그런들 어떠한가.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줬단 마음으로 쓰린 속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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