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사전은 파편을 ‘깨어지거나 부서진 조각’이라 정의한다. 언뜻 부정적인 의미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생도 결국 파편들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학창시절의 고민, 대학시절의 근거 없던 자신감, 이성친구와의 연애부터 결혼, 부모가 된 지금의 책임,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노년의 여유까지. 모두 흩어진 조각 같지만, 모이고 쌓이며 하나의 인생이라는 작품을 완성한다.
많은 이들이 “나는 왜 똑같은 하루만 반복하지?”라며 자책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고 해서, 오늘이 어제의 복사판은 아니다. 같은 메뉴를 먹었더라도 그때의 생각은 다르고,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대화의 뉘앙스는 달라진다. 어제의 나는 이미 지나갔고, 오늘의 나는 새로운 파편 하나를 또 쌓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나 또한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반복되는 생활에 지쳐있었던 때가 있었다. 출근, 회의, 업무, 점심식사, 업무, 운동, 퇴근, 육아 등. 반복되는 생활이 무료하다고 생각되는 날도 많았다. 돌이켜 보면 모든 하루가 전 날과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 없었음에도, 좁은 시야에서 바라본 당시의 하루들을 큰 숲을 보지 못한 나의 좁디 좁은 시선의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성장은 커다란 도약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파편에서 시작된다. 매일 읽는 책의 한 문장, 아침 운동 후의 개운한 땀방울, 아이들의 알 수 없는 질문에 답하며 느끼는 깨달음. 이런 사소한 파편들이 모여 결국 내일의 나를 빚는다. 지금 이 순간 흘려보내는 조각 하나가, 미래의 나에게는 보석처럼 빛나는 밑거름이 될지도 모른다.
파편은 부서진 조각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재료인 것 같다. 실패의 파편은 교훈이 되고, 눈물의 파편은 공감이 된다. 웃음의 파편은 추억이 되고, 선택의 파편은 미래가 된다. 결국 우리는 매일 수많은 파편을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주워 모으며 살아가는 셈인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어떤 파편을 남기고 있는가?” 어쩌면 그 답이 바로, 당신의 원하고 바라는, 성장으로 향하는 방향을 알려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