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잊을 수 없는 그날의 맛

빙수

by FreedWriter

청운의 푸른 꿈을 품고, 3사관 학교에 입교를 했다. 직업 군인의 꿈이 있었고, 멋진 제복의 모습이 나를 더욱 그 길로 향하게 했다.


처음 입교하고 나서는… ‘이 길은 나의 길은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칼이라도 뽑았으니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마음에 힘든 생도 생활을 보냈다.


5주간의 민간인에서 군인화하는 단계는 잊지 못할 시간이다.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뀔 수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고, 동기생들을 지도하는 상급 생도들이 왜 그렇게 무서웠던지.. 사회에서 만났다면 친구, 동네 형 같은 사람들이 분명했을 텐데 적어도 당시에는 지도 생도들이 너무 무서웠다.


생도 생활을 그리 잘하지 못했다. 말썽꾸러기의 성격과 장난을 좋아하던 탓에 동기들과는 잘 지냈지만, 상급 생도들에게 혼나기 부지기수였고, 그럴 때마다 동기들의 으쌰 정신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군인들처럼 하루 일과는 06시 기상부터 22시 취침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생도 생활은 일과 시간은 일반학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일반학에서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들도 대부분 선배 장교였지만, 훈육대에서 느끼는 선배 장교분들과는 다르게 푸근함이 있었다.


일반학의 종료는 일반 대학처럼 방학이라는 꿀 같은 시간을 제공해 주지만, 생도들은 하계 군사 훈련이라는 기간에 돌입한다. 집중적으로 군사 훈련을 받는 시기. 뜨거운 여름을 동기생들과 생활관을 편성하여 군사훈련에 집중하는 시기다.


학교 뒷문으로 나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각종 교장이 등장한다. 그 교장을 가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하여 어떤 날은 단독군장, 어떤 날은 완전군장을 하고 짧지만 고난의 행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말 무더운 여름. 훈련을 지도하시는 교관님들도 힘들어하시는 날이 지속된 어느 날.


교장으로 이동하면 점심은 항상 교장까지 추진되어 교장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고생하시는 수고로움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힘든 훈련 시간을 버티는 것은 점심에 먹는 밥 한 끼가 최고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라고 시원한 음식이 부식으로 함께 전달되는데 그중에 제일은 컵 빙수였다. 생도 입교 전에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컵 빙수가, 단 돈 천 원이었던 빙수가 아이스박스에 시원하게 전달되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땀에 전 전투복 상의는 햇볕에 널어두고,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장정 60여 명이 컵 빙수를 뜯어 숟가락으로 열심히 휘어 젖는다.


‘아… 천 원 빙수 하나가 이렇게 맛있었던가…’


시간이 지나, 임관하고 장교 생활을 하며, 부대를 옮겨 다닐 때마다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아이스크림 코너 앞에 다가선다. 아이스크림의 냉동고를 빠르게 눈을 돌려 스캔한다. 그렇게 마주친 컵 빙수는 어느새 내 손에 옮겨져 있다. 생도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먹는 컵 빙수는 맛이 달라져있다. 그날의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다.


‘맛이 바뀐 건가… 회사가 바뀐 건가…’


의문이 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바뀐 것은 내가 처한 현실과 상황이 달라졌을 뿐이다.


컵 빙수가 주는 맛은 앞으로도 그날의 맛을 재현해 줄 수는 없겠지만, 그날의 감동과 추억을 선사해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에게 정말 잊을 수 추억과 감동을 선사해 주는 빙수.


제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는 빙수에게서 어떤 추억과 감동을 느끼실까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4화땅을 기어다니는 거미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