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3

거울은 내 모습을 온전히 비춘다.

by 기도집주인딸

2024.10.11

한겨울, 따뜻한 물로 씻고 나왔다.
화장실 거울 너머, 뿌연 김이 내 얼굴을 가린다.
아직 닦지 않은 물기 있는 손으로 거울에 그림을 그린다.


누운 초승달
웃는 얼굴이 완성됐다.

또르르—
처음 찍은 점이 내 손에 머금은 물기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린다.
웃는 얼굴의 왼쪽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거울에 그려진, 웃고 있는 얼굴.
하지만 그 위엔 눈물 자국이 선명하다.
애써 웃으려 하지만,
그 표정 위로 스며든 눈물 한 줄.

나의 얼굴 앞에,
거울을 통해 비친 그 얼굴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찬바람이 김을 지워가면
언제 울었냐는 듯
거울엔 방긋 웃는 내 미소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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