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완전히 하나가 되고 싶은 사람들

상대에게 매달리는 사람들

by ELOIA

정상적인 연애라면 관계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생활에 집중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인과의 관계가 안정이 되었음에도

'연인과 완전히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무의식적 충동을 느끼고 연인에게 점점 집착하기 시작한다.



우린 언제나 함께여야 해

너의 일상을 내가 모두 알아야만 해

나 아닌 타인과 접촉하는 건 질투나



이런 집착 욕구가 형성되는 것은 분명 다른 이유도 존재하겠지만

무엇보다 어린 시절,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주로 형성된다.


어른아이


어린아이는 처음에 자신과 어머니가 분리된 존재라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완전히 하나 된 감각, 보호받는 느낌, 조건 없는 수용

이 과정에서 우리는 최초의 일체감을 느낀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점점 부모와의 분리가 일어난다.

-적당한- 보호와 -적당한- 홀로서기 속에서 인간은 서서히 독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적당하다는 말이 참 애매모호하지만 개개인의 기질과 성향의 다름에 의한 각자의 적당선(특수성)을 다수(보편성)에게 설명할 때 '적당한'만큼 적절한 단어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해 내면에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갈망을 가진 채 성장한다.


이 욕구는 어른이 되어서 연인에게 향하게 된다.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타인이 부모가 아닌 연인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내가 버린 나

타인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문제 되는 지점은 바로 그림자와 결합할 때다.



그림자는 억압된 나의 숨겨진 인격으로 자신감 없는 사람은 당당한 사람에게 매혹되고

감정을 억눌러온 사람은 감정표현이 강렬한 사람에게 빠진다.


이러한 끌림은 단순한 이상형이 아닌 내 무의식이 투사한 그림자이다.

그 투사된 상대는 내게 꼭 필요한 '조각'처럼 느껴지게 된다.



난 이 사람 없으면 안 돼.

이 사람 없이 나는 살아갈 수 없어.



하지만 이 말은, 사실 당신의 억압된 인격이 속삭이는 말이다.



저 사람은 네가 버린 너의 또 다른 너야.

그 조각 없이 너는 온전해질 수 없어.

생존게임

필요는 곧 의존이 되고, 의존은 곧 통제로 변한다.

사랑은 자유를 주지만 집착은 구속을 낳는다.



이때부터 연애는 고통이 된다.
상대가 나를 떠나려 하면 존재가 붕괴될 것 같고 그 사람의 작은 말 한마디에 하루의 감정이 좌우된다.

사랑이 아니라 생존 게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를 구해줘!

너 없이 난 절대 못 살 것 같아.



연인을 향한 이 말이 프러포즈용 문장 혹은 연인의 기분을 띄워주려는 용도라면 그것은 상대에게 참 기분 좋고 로맨틱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 말은 내 무의식이 누군가를 통해 나를 구원하고 싶을 때 터져 나온다.



어쩌면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안에 투사된 내 상처, 내 결핍을 채워줄 누군가를 간절히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온전한 사랑

심리적으로 인간의 최종 목적은 정신적 독립이며 융에게 성장은 '분리'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사랑은 서로의 발전(관계)과 각자의 발전(개인)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가는 과정이다.



내 안의 결핍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들여다볼 용기를 낼 때, 사랑은 더 이상 집착이 아닌 성장이 된다.



우리는 온전해지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서 함께 온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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