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감정이 움직인 순간

아무도 모르게 감정이 움직인 순간

by Heartstrings

그날은 참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는 하루였다.
해는 맑았고, 바람은 잔잔했으며
내 마음도 별다른 파동 없이 조용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을 것 같던 오후,
어디서부터였을까.
감정이 아주 작게,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 건.

낯선 도시의 벽돌 골목을 걷다 마주친
작은 꽃 한 송이,
카페 창가에서 흐르던 느린 재즈 한 곡,
혹은
누군가의 웃음소리 같기도 했던
낯선 언어의 리듬.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순간 마음이 살짝 떨렸다.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
소리 없이 안쪽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어쩌면,
나조차도 모르게.

울컥함도 아니었고,
눈물이 날 만큼 슬프지도 않았지만
그 감정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마음이 내게
“지금,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어”라고
살짝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날은 잊히지 않는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하루였지만
내 감정은 그날, 조용히
새로운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감정이란 건
큰 사건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조용한 순간에,
가장 깊게 움직인다.

나는 그날의 나를 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조용한 얼굴 속에서
무언가가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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