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머물던 거리

by Heartstrings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들이 있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 그저 함께 걷는 발걸음 하나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지는 곳.
그 거리에는 언어보다 조용한 감정들이 먼저 흐른다.

그 도시는 내가 쓰는 말을 몰랐다.
간판도, 안내도, 사람들의 대화도
모두 낯설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나에게 어쩌면 처음으로
‘침묵의 자유’를 허락해 준 순간이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낯설지만 솔직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그러고 나서야 마음으로 느낀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 거리에서
나는 스스로에게도 조용히 말을 걸었다.
“그동안… 말이 너무 많았던 건 아닐까?”
“표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표현해야만 살아남는 세상이었기에 지쳐 있었던 건 아닐까?”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커피 한 잔 사이로
웃고, 눈짓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에서
나는 오히려 가장 따뜻한 대화를 느꼈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마음이다.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정직한 내가 된다.

말을 잃은 건,
감정을 되찾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거리에서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대신 더 잘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
그곳에서 나는
누군가와도, 나 자신과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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