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으면 마음이 조금 느려진다

잠시 잊고 있던 숨을 다시 고르는 시간

by Heartstrings

익숙한 풍경도,
창이라는 틀 너머로 보면 조금은 달라 보인다.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고
바깥공기는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머무른다.
나는 그 사이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있는’ 시간을 통과한다.

창가 자리에 앉는 건
늘 무언가를 마주하고 싶을 때였다.

혼자이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이고 싶진 않을 때,
세상을 등지고 싶지만
조금은 바라보고 싶을 때.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느리게, 그리고 조용히
내 마음의 속도에 맞춰진다.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연신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동안
나는 창가에서,
멈춰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고,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는 공간.

햇살 한 줄기가 내미음에 내려앉고,
따뜻함이 천천히 스며든다.
그때
마음도 조금 느려졌다.


빠르게 흐르던 생각들이
숨을 고르기 시작했고,
내 안의 복잡함들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있을 때 나는
‘괜찮은 나’였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아도,
아무 성과도 없어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창문 밖엔 늘 세상이 있었고,
창 안에는 늘 내가 있었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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