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8
요즘 뭐 할 때 재밌으신가요? 재밌는 일이 없다면, 어떤 일이 재미있을 것 같나요?
마음 같아서는 자신 있게 "글을 쓸 때가 가장 재미있었어요!!"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영 사실이 아니니, 비록 글쓰기를 좋아서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실 글을 쓰는 과정은 재미보다는 고통과 좌절의 감정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위 질문에 대해서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흠,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재미를 느꼈었지? 아니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려나? 근데 이전 글에서 썼듯이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걸 보면 재미없이 살았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어렵군!'
한창 생각을 하다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옆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던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는 요즘 뭘 할 때 재미있냐고. 나 오늘 안에 글 써야 하니까 영감을 얻게 아무거나 좀 말해달라고. 남편은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눈을 껌벅껌벅이며 "재밌는 거? 음....." 이란 말과 함께 잠깐 생각에 빠졌다. 아니 빠졌다는 말도 너무 길다. 4,5초 정도의 시간이 전부였던 것 같다. 남편은 무척 순수하고 해맑은 얼굴로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난 그냥 자기랑 같이 있는 시간이 다 재미있는데?"
아 뭐야, 이런 일반적인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다고. 그러면 글을 늘려 쓸 수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긴장이 풀리며 '풋'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래, 어렵게 생각할 게 뭐가 있겠어. 특별한 기억이나 사건 덕분에 즐거웠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좋은 거고, 딱히 머릿속에 남는 건 없어도 공기 중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향수처럼 재밌는 순간에 대한 느낌만 있어도 제법 괜찮은 것 아니겠나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또 새로운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