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은 우연의 해석이다.
살아가며 누구나 운명적 순간, 필연적 만남으로 생각되는 강렬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버스 옆자리에 우연히 앉은 할아버지에 대해 우리는 운명적 만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건너편에 앉은 매력적인 이성과 눈이 마주쳤다면, 우린 곧장 이 만남에 운명적, 필연적 의미를 부여한다.
확률적으로 계산해본다면, 할아버지를 만난 확률과 매력적 이성을 만난 확률은 큰 차이가 있을까?
수학적으로 확인하긴 어렵겠지만, 개념적으로 그 둘의 확률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연은 단순한 것, 필연은 특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다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내가 그것을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길 원하는 순간, 비로소 의미가 된다.
어제 퇴근길, 동료와 우연히 술을 마시게 되었고 의기투합하며 자리가 길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여성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요즘은 정말 보기 드문, 책 읽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글을 쓰는 매력적인 분이었다.
수많은 날 중 오늘, 발걸음이 이끈 그 가게에서 이상형을 만나다니.
운명적, 필연적 만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마주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날 확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특별하길 원했기에 특별하게 다가온 것뿐이다.
상황은 우연을 만들고, 해석은 필연을 만든다.
운명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내가 오래전부터 원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우연을 다 붙잡을 순 없지만, 필연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마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