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김도윤’
비가 주륵 주륵 내리는 날.
번개는 쉴 새 없이 친다.
‘우르르르릉···쾅!‘
사람들은 저마다 비를 피해 허둥지둥 달린다.
손에 들고 있던 전자기기들은 하나같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번개에 맞지 않게, 마치 본능처럼.
“재밌네···”
나는 혼잣말을 흘렸다.
비 맞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
겁에 질린 눈동자.
그 모든게 나에겐, 꽤 흥미로웠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 하나를 꺼냈다.
말보루 레드. 독한 놈. 내 취향이다.
“쓰읍··· 하.”
연기가 비에 젖은 공기를 갈랐다.
맑은 날보다, 이런 날이 더 잘 어울린다. 내겐.
“오늘은··· 어떤 놈을 골라볼까.”
표정 하나 없는 얼굴.
그는 무심히 사람들을 훑는다.
잘나 보이는 놈이면 더 좋고,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놈이면 딱이다.
“오케이··· 오늘은 저 놈이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타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한 번 정하면, 바꿀 이유가 없다.
그가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
평범한 사람처럼.
그저 길을 가는 하나의 사람처럼.
찰나의 순간, 나는 그를 덮친다.
기회는 단 한 번.
수많은 경험이 증명하듯, 이번에도 실패는 없다.
입에 헝겊을 댄 순간,
기화된 약물이 코로 흘러들었다.
몇 초 후, 의식이 꺼졌다.
그렇다 이번에도 작전은 성공했다.
이제 그를··· 내 작업실로 데려간다.
나는 그를 부축하듯 안아 올렸다.
멀리서 보면, 술 취한 친구를 데려가는
평범한 장면처럼 보일 것이다.
우산 하나를 펼쳐, 얼굴을 가린다.
비는 여전히 거세다.
누구도 타인의 얼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날씨.
게다가 이 골목엔 CCTV가 없다.
모든 게, 계획대로다.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를 어둠 속으로 데려간다.
작업실은··· 멀지 않다.
**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완벽한 고립이 시작됐다.
내 작업실은 완전히 ‘내 세상’이다.
빛 하나 없는 방, 차가운 금속 냄새.
벽면에는 정리된 칼, 뺀찌, 니퍼···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는 도구들.
정확하고, 조용하고, 고통을 오래 끄는 것들.
누구는 이 방을 지옥이라 부르겠지만—
나에겐 천국이다.
이제, 납치해온 이를 단단히 의자에 묶는다.
손목과 발목, 가슴까지···
한 치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눈에 특수 제작한 검은 안대를 씌운다.
빛도, 감각도 차단된 절대적인 어둠.
완벽한 준비가 끝났다.
나는 그의 얼굴 앞에 서서,
천천히 손가락으로 뺨을 툭툭 친다.
툭. 툭.
“일어나. 이제, 깨어날 시간이야—”
내 목소리는 낮고, 조용히 갈라져 있었다.
피해자의 입이 떨리며 벌어진다.
그의 숨소리는 거칠고,
눈가엔 알 수 없는 공포가 번진다.
마치 눈앞에 검은 세상 전체가 내려앉은 듯.
“아무것도 안 보이지?”
나는 고개를 천천히 기울이며 속삭인다.
“그게 바로 너한테 허락된 오늘 하루야. 어둠 속에서 네가 뭘 떠올릴지··· 나는 그게 궁금해.”
피해자는 여전히 말은 못 한 채 떨고만 있다.
온몸에 흐르는 긴장감이 땀으로 배어 나온다.
“자, 이제 내가 물어보는 것에만 대답해. 알겠지?”
나는 옆 테이블에서 노트와 펜을 집어 든다.
깔끔한 줄이 그어진 노트 위에, 검은 펜촉이 닿는다.
“이름.”
“나이.”
“사는 곳.”
나는 담담하게 묻는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린다.
검은 안대 속에서, 그의 입이 떨린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나는 소리쳤다.
차가운 분노가 목젖을 타고 뿜어져 나왔다.
침묵하는 그의 태도에, 알 수 없는 짜증이 솟는다.
“말하라고 했잖아··· 대답만 하면 되는 거잖아.”
노트 위에 쥐고 있던 펜이 덜덜 떨린다.
분노를 억누르려는 손, 그러나 벌써 흔들리고 있다.
나는 다시, 그의 얼굴 앞에 다가간다.
“···진짜 말 안 할 거야?”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조용히, 뺀찌를 집어든다.
철컥—
차가운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
피해자는 눈을 가린 채 그 소리에만 집중한다.
소리로 짐작할 수밖에 없는 공포.
그게 더 잔인하다.
“이제부터 말 안 하면···”
나는 피해자의 손을 천천히 쥔다.
“너의 손톱이 하나씩 빠질 거야.”
그제야 피해자가 입을 연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
“···이민서. 스물셋··· 인천 부평, 부개동···”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렇게 협조만 해주면 얼마나 좋아?”
나는 흡족한 듯 미소 지으며,
노트에 정보를 적는다.
이름, 나이, 거주지.
마치 단순한 설문지처럼.
하지만 이 정보는 곧—
누군가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후에 경찰이 보게 될, 내 작은 흔적.
나는 그 생각에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나는 천천히 카메라를 꺼낸다.
사진기를 들고 그를 향해 렌즈를 맞춘다.
“잘 찍을게, 괜찮지?”
그의 눈빛은 여전히 두려움에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셔터를 누른다.
“이제 거의 다 됐어.”
말을 마친 뒤, 나는 칼을 손에 쥔다.
하얗게 빛나는 칼날이 빛을 반사하며 번쩍인다.
그가 경고를 받을 틈도 없이,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의 배를 깊숙이 찔렀다.
그의 몸이 일순간 긴장하다 풀리며,
고통도 없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났다.
정확하고, 빠르고, 깨끗하게.
마치 이 순간만큼은 나의 마지막 배려인 듯,
그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준 것처럼.
이제 시체를 포대 안에 넣는다.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피가 바닥에 튀지 않도록, 작업복을 다시 한 번 정리한 뒤 움직인다.
나는 토막은 내지 않는다.
토막을 내는 건 번거롭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 낭비다.
쓸데없는 정리와 처리로
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이 정도면 깔끔하지.”
포대의 입구를 단단히 묶는다.
이제 남은 건··· 처리뿐이다.
유기 장소는 얼마전에 찜해 놓은.
서울에 한 야산.
인적이 드물고 가는 길도 골목이 많아.
옮기는데 큰 차질이 없을 것이다.
유기 장소는 얼마 전에 미리 찜해 놓은 곳이다.
서울의 외진 야산.
인적이 드물고,
가는 길은 좁은 골목길로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 지나칠 일도 없고, 경찰도 오지 못할 곳.
짐작컨대, 나를 쫓는 이들도
나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차 안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조심스레 시체를 차 트렁크에 싣는다.
그의 눈빛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듯했다.
여기까지도 다 계획이었다.
조금 더 가면 끝이다.
시체를 유기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경찰에게 보낼 단서다.
카메라의 화면에 포착된 것은,
유기된 시체와 그 주변의 고요한 풍경.
그 순간, 김도윤의 눈빛은 평온하고 차분하다.
자신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누구도 이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남긴 단서마저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는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꺼낸다.
이제 그 카드를 경찰에게 보낼 때까지,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단서들이 하나씩 이어지면,
결국 그들은 나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멀쩡히 살아있을 것이다.
어차피 난 완벽한 범죄자니까.
**
작업실로 돌아왔다.
종이 봉투를 열고, 그 안에 피해자의 모습,
신상 정보, 유기된 곳, 찍은 사진을 하나씩 꺼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단서들이었다.
그는 사진들을 하나씩 펼쳐 놓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걸 이제 어디에 보낼까?”
손끝으로 사진을 툭툭 건드리며,
그는 그만의 냉정한 계획을 머릿속에서 점검한다.
모든 것이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단서들은 정확히 계획대로,
경찰이 던질 수밖에 없는 함정이었다.
그는 신상 정보를 적은 종이를 찢어 넣고,
봉투를 닫는다.
“내가 보내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아올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묻어 있지 않았다.
단지 차분한 예감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봉투를 준비하며 그는 계속해서
차분하게 생각을 이어갔다.
“내가 남긴 모든 단서들은 너무나 완벽하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함정이 되어주겠지.”
그는 봉투에 주소를 적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봉투를 꼼꼼히 살핀 후,
밖으로 나가 경찰들에게 보내기로 결심한다.
이제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았다.
나를 특정할 단서도, 전자기기 전파도,
어떤 흔적도 없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정리되었다.
내 손끝에 남은 것은 사진들뿐.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건,
오직 그들이 갖고 있는 단서들뿐이다.
하지만 그 사진들엔 아무런 실체가 없다.
단지 이미 사라진 사람의 흔적일 뿐.
그 누구도 내 존재를 추적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남긴 흔적들은 끝내 경찰에게까지 전해지지만,
그들에게는 단지 **‘사라진 사람’**의 기억만
남을 것이다. 이제 나와 그들의 게임은 끝났다.
하지만, 내가 게임을 완벽하게 조종했다.
그들의 추적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남긴 모든 증거들은 그들이 스스로 결말을 맞이하게 할 도구일 뿐이었다. 내 손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은 반복된다.
사냥, 관찰, 포획, 그리고 유기.
나는 그 안에서 인간의 본질을 본다.
가식적인 도덕, 위선적인 눈빛, 부질없는 비명.
그런 것들에 흔들릴 만큼 나는 약하지 않다.
오히려··· 그 안에서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모두가 도망치려 할 때, 나는 다가간다.
모두가 외면할 때, 나는 들여다본다.
그게 나다. 김도윤.
사이코패스도 사랑을 할 수 있는지.
그건 아직 나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간 알게 될까?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담배를 꺼냈다.
불을 붙이고, 천천히 한 모금.
입 안 가득 차오른 연기를 뱉으며, 문득 생각했다.
“다음은··· 누구일까?”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날은 어쩐지 허전하다.
비어 있는 손끝,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두뇌.
그러다 보면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또다시 누군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게 내 방식이고, 내 존재 방식이니까.
나는 창밖의 어둠을 가만히 응시했다.
사람들은 이 비가 언젠가 그친다고 믿지만,
내 안의 비는··· 아직 멈출 기미가 없다.
사람을 죽이고 나면 잠시 조용해진다.
세상이, 마음이, 숨소리마저 고요해진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후회?
그게 뭔데.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감정이다.
내게 사람은··· 단지 숫자일 뿐이다.
오늘까지 스물여섯.
다음은 스물일곱.
이름도, 얼굴도, 다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남은 담배를 바라본다.
“다 떨어져가네. 다음엔 좀 더 챙겨놔야겠어.”
내게 중요한 건 그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사이코패스 ‘김도윤’
아무 감정도 못느낀다.
사랑,기쁨,행복 이런 감정들을 모른다.
내겐 오직 분노와 절망 그리고 공포뿐이다.
사람들의 죽기 직전 공포의 표정을 보는게
나의 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