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ühlingsnacht, S.568 - Franz Liszt
안녕하세요, Reverie Etude에 오신 걸 환영해요.
두 번째 작품, <조용히, 완전히>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사랑은 결코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할 수 없는, 참으로 다채롭고 미묘한 감정입니다. 준비하지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불쑥 마음 깊이 들어와 콕 박히기도 하고, 혹은 아주 천천히, 물드는 듯 다가오기도 합니다. 처음 바라본 순간 빠져드는 사랑도, 오랜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아차리는 사랑도 있지요. 그 방식이나 속도가 어떻든, 사랑이 우리 안에 스며드는 순간은 늘 특별합니다.
마치 아침엔 보이지 않던 별들이 밤이 되면 하나둘 반짝이며 하늘을 가득 채우듯, 차가운 유리창 위에 눈송이가 사르르 내려와 세상을 덮고, 공기마저 부드럽게 바꾸듯... 사랑은 그렇게,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고요했던 마음에 서서히, 그러나 강렬하게 번져옵니다.
처음엔 작은 흔들림이었지만, 이내 모든 감정과 생각, 온몸의 열기까지 그 사람으로 가득 채워지죠. 잔잔했던 마음은 투명한 물에 노란 물감 한 방울이 떨어진 순간처럼 겉으론 맑아 보이지만, 그 색은 이미 지워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듭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 물감은 점점 퍼져나가고, 마침내 마음 전체를 휘돌며 투명했던 내 세계를 환하게 물들입니다. 그렇게 어느새 사랑에 휩싸이게 돼요. 첫눈에 반하고,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며, 하루하루 그의 존재로 내 안이 채워져 갑니다. 사랑은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그런 사랑
첫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깊이 스며들어 마음 가득 채우는 사랑을 노래하는
원곡자 슈만의 곡을 편곡한 Franz Liszt의 Frühlingsnacht, S.568입니다.
로베르트 슈만의 Frühlingsnacht— '봄밤'은 슈만이 평생의 연인이자 아내가 된 클라라를 향한 깊은 사랑을 담아 작곡한 작품으로, 그의 가곡집 Liederkreis, Op.39의 마지막 곡입니다. 1840년, 이른바 ‘가곡의 해’로 불리는 해에만도 무려 140여 곡을 남긴 슈만은, 이 곡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지요. “내 음악 중 가장 낭만적인 곡이야. 그 안엔 네 숨결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사랑하는 클라라.” 이 작품은 시인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짧지만 선명하게 설렘과 확신의 감정을 전합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봄의 기운 속에서 “그녀는 나의 것”이라는 환희를, 슈만은 맑고 투명한 선율로 그려냈습니다.
비록 이 곡은 봄밤의 고백을 노래하고 있지만, 제게는 조금 다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선선한 가을 배경 속에, 한 여인을 처음 본 순간 단번에 마음을 빼앗긴 남자의 모습이 그려졌죠. 바람이 살짝 옷깃을 스치고 낙엽이 흩날리는 그 계절의 공기 속에서, 문득 스쳐 지나간 시선 하나에 모든 것이 시작되는 — 그 첫눈에 반한 순간의 강렬한 정서가, 이 곡의 선율과 어우러져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처음 음이 울릴 때부터 마치 유리가 천천히 흐르듯 조용히 마음속에 스며들고, 이내 하나의 감정이 모든 것을 삼킬 듯 휘몰아치죠. 첫눈에 반한 순간부터 점점 감정이 고조되어, 결국은 그 사람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차는, 그런 서사가 느껴집니다. 특히 오늘 소개해드리는 리스트의 편곡 버전에서는 그 감정의 물결이 더 길고 섬세하게 확장됩니다. 시작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이어지는 선율들은 공기처럼 가볍고 향기롭게 퍼지며, 점차 가속하는 리듬은 누군가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리스트는 원곡의 여운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풀어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즉흥적으로 덧붙인 듯한 피아노의 흐름은, 사랑의 감정이 천천히 피어나 마침내 마음을 완전히 덮는 순간처럼 다가옵니다. 피아노의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터치가 곡의 끝자락에서 감정을 더욱 벅차게 끌어올리죠.
차르르르—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바람에 얽혀 내는 소리.
그녀를 처음 본 건, 한 블록을 건너기 직전이었다.
해가 반쯤 기운 늦은 오후.
바람은 선선했고, 사람들은 조용했다.
늘 그렇듯 반복되던 시간, 내 눈앞의 하루는
그날따라 단 한순간,
살짝 비껴 나 있었고—
그 조용히 어긋난 틈 사이로 그녀가 들어왔다.
고요한 풍경을 가르며,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짙은 갈색 머리칼은 리본에 반쯤 묶인 채 바람을 타고 살랑였고,
무심한 얼굴로 핸들을 잡은 그녀는
천천히, 조용히 거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꽃 몇 송이가 그녀의 바구니 안에서 흔들리고
가을빛이 그 꽃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을 때
아무런 준비 없이,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완전히—돌이킬 수 없게 심장을 뺏겼다.
그녀가 빵집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갈 때
햇살은 그녀의 뺨을 따라 부드럽게 미끄러졌고,
그 순간 그녀가 고개를 살짝 들어
아무에게도 아닌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짧은 몇 초 사이,
내 가슴속에서는 폭죽이 터지듯
쿵, 쿵, 쿵,
심장이 울렸다.
손끝이 저릿했다.
나는 숨을 들이쉬는 것도, 걷는 것도 잊었다.
심장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갑작스레, 그러나 당연하게
그녀를 중심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라졌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이미 그녀가 머문 빵집 안에 먼저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저 그 미소를 다시 한번만 보고 싶어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카페 안으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갈색빛,
갓 구운 버터 냄새가 공기 중에 퍼져 있었고,
그녀의 머리칼 끝은 빛을 받아 유리처럼 반짝였다.
그 작은 반짝임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내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흔들었다.
나는 조용히 테이블 끝에 앉아 커피잔을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나를 몰랐고, 나는 그녀를 몰랐지만
이 공간 안에서 나는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간절하게.
그녀는 작은 빵을 조심스럽게 베어 물고,
무언가를 노트에 적고 있었다.
펜 끝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뜬 그녀는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그 표정조차 아름다웠다.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팔목, 어깨, 옆모습까지—
모든 게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내 시선과 가슴을 동시에 관통했다.
나는 숨을 쉴 때마다 가슴속에 불이 붙는 것 같았고, 내 안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이름의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말없이 고요했지만,
내 안에서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마다
숨이 막힐 듯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그녀에 대한 감정으로
내 몸 안에서 하나씩 채워지고,
넘칠 틈조차 없었다.
그 순간 느꼈다.
이건 단순한 설렘이 아니란 것을.
이건 처음부터 내 안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던 감정이 마침내 이름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 이름은—
그날 오후, 갈색 리본을 달고
자전거를 타고 내게로 다가온
단 한 사람.
그녀였다.
조용히 시작되지만 이내 몰아치듯 밀려오는 피아노의 흐름은, 사랑의 감정처럼 처음엔 얕다가도 점점 깊어져 결국 우리 마음과 공기까지 물들입니다. 이 곡은 사랑이 스며드는 그 찰나, 눈을 뗄 수 없는 순간과 그 이후의 긴 여운까지 함께 담고 있죠.
한 음, 한 음이 감정의 결을 따라 흐르는 이 음악 속에서, 조심스럽게 누군가를 떠올려 보세요.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선율이 기억의 틈을 스쳐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기척이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을지도 모르니까요. 사랑은 늘 말없이 다가오고, 음악은 그 고요함을 가장 섬세하게 비춰줍니다.
오늘의 작품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엔 또 다른 선율과 함께, 마음속 어딘가의 조용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해요.
Reverie Etude에서 다시 만나길, 조심스레 기다리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