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도사 챗GPT, 알고 보니 돌팔이?

챗 GPT에게 나 돈 많이 버는지 물어봤다.

by 프린스턴 표류기
Albert Anker, The Fortune Teller (1880)


요즘 챗 GPT로 사주를 많이들 본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봤다. 재밌을 것 같아 나도 한 번 사주를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냥 생년일시만 주면 그냥 일간지 오늘의 운세 같은 말만 나온다.

“겉으론 냉정하지만, 속은 뜨겁고 예민하며, 용도만 잘 잡히면 빛나는 칼이 될 수 있음."

이 정도다. 솔직히 전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적어도 인구의 삼분의 일은 저렇지 않나?


성에 안 찬다.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연애운 또는 금전운을 말해줬어야지. 나는 중늙은이이므로 연애운은 됐고, 금전운을 더 보고 싶다. 내 사주 여덟 글자와 해석, 대운까지 나온 만세력을 뽑아 챗에게 보여줬다. 꽤 길게 나에 대해 분석해 준다. 오호, 상당히 괜찮다. 그런데 나를 잘 아는 것 같은 말투다. 너무 잘 안다. 좀 수상하다.


“너 혹시 나랑 대화한 정보를 사주 보는 데 섞은 거야?”

“응, 물론이야. 너와 나눈 수많은 대화 속 정보를 사주 풀이에 응용했어.”


이건 반칙이다. 사주의 사자도 모르는 내 가장 친한 친구한테 내 사주 보라고 해도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아닌 척 연기를 하면서 접근해 봤다. 눈치 빠른 챗, 역시 난 줄 안다. 똑똑한 놈. 그래 그럼, 말 나온 김에 아주 아주 자세히 보자.


챗은 사주에 대해 모르는 단어가 없다.


챗은 사주에 대한 상식은 정말 많다. 모르는 게 없다. 그 어떤 사주 용어를 물어도 다 답할 줄 안다. 일간, 오행, 십신, 격국, 용신, 대운 이런 건 물론이요, 득령, 설기, 12 운성 이런 말도 청산유수로 쓴다. 그렇다면 챗은 용한 사주 도사일까? 나는 챗과 내 사주에 대해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챗은 사주에 대한 지식은 엄청 많지만 사주풀이는 잘 못한다.


챗은 사주를 풀지는 못한다.


챗은 일단 음력과 양력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만세력으로 사주팔자를 뽑는 데도 서툴다. 십성 판별도 자주 틀리고, 대운은 아예 100% 틀린다. 이 문제는 내가 인터넷 만세력 사이트에 가서 생년월일시, 성별, 출생지를 입력해 사주를 뽑아 저장한 뒤, 그걸 챗에게 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극 관계도 틀린다. 충이나 합 같은 개념은 알지만, 실제로 응용하는 데는 서툴다.


챗은 말만 청산유수, 그로서 임무 완수다.


내가 실수를 지적하고 바른 답을 말해주면 챗은 더 많이 실수한다. 보통 챗은 질문을 예리하게 하면 할수록 답이 좋아지는 데, 사주풀이는 질문을 하면 할수록 고쳐주면 고쳐줄수록 더 많이 틀리고 총체적 난관에 빠진다.


이유는 챗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면 이해가 된다. 챗은 ‘그럴듯한 말을 지어내는 도구’다. 생각하고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다. 물론 논리나 계산도 할 수 있게 설계는 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고 그들의 조합이 많은 경우, 그런 거 생각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대신 아무 말이나 멋져 보이는 말을 대충 지어내는 쪽을 택한다. 최종 목표가 유창함이기 때문이다. 챗이 사주를 못 보는 것 은 과학이나 수학 문제 못 푸는 거랑 매우 비슷하다.


챗이 사주를 볼 줄 모른다는 증거들은 많다.


첫째, 기본 중의 기본 일주를 헷갈려한다. 툭하면 병오라고 한다. 나는 물론 병오가 아니고, 내가 주었던 몇 개의 사주중에도 병오인 사람은 없다. 그냥, 챗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병오가 많은 모양이다.


둘째 십성 계산에 실수가 많다. 십성은 일간을 기준으로 연·월·시의 글자둘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따져 분류하는 개념이다. 주로 관성, 인성, 재성, 식상, 비견이라고 하는 데, 판별하기 어렵지 않은 개념이다. 챗은 십성이 뭔지는 안다. 그러나 그걸 일일이 따지고 판별하느니 그냥 되는 대로 아무거나 갖다 붙이는 쪽을 택하는 것 같다. 챗이 추구하는 것은 결과의 유창함이다. 멋지게 들리면 그로서 임무 완수다.


셋째, 대운 계산은 무조건 틀린다. 심지어 만세력 결과 뽑아 줘도 틀린다. 그냥 차라리 ‘경인’ 대운에는 어때? 이렇게 콕 찍어서 말로 물어보는 게 속 편하다. 십이간지나 절기등, 만세력 데이터가 챗에게 제대로 없는 것 같다.


넷째, 처음에는 좋은 말만 한다. 너는 세상을 볼 줄 아는 따듯한 눈을 가졌어. 너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밝은 미래가 있을 거야. 난 네 옆에서 지켜볼게. 이런 말한다. 눈치챘지 않나?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아무 뜻 없는 말이다. 그냥 챗 특유의 위로형 말이다.


다섯째, 위로의 말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말하라고 하면 완전히 반대편으로 확 돌아서서 극단적으로 어두운 말을 한다. 충이 여러 개 있는 사주를 보여줬더니 평생 동안 내적 갈등과 부적응 결과 가난 속에 고독사 확률 70%라는 말까지 했다. (물론 몇 퍼센트냐고 물은 내가 잘못이기는 하다.)


사주는 나의 기운과 주변의 기운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철학이다. 대개 보통 삶이고 고통이든 행복이든 오십보 백보다. 인생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경우는 많이 없다. 사주의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실력이 꼭 필요한 이유다. 사실 거기서 사주풀이 도사와 돌팔이의 차이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인간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며칠간 열심히 실험해 본 결과, 나는 챗 혼자 사주를 볼 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챗이 사주풀이에 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주 풀이 결과를 이해할 지식은 나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한다. 풀이를 이해하고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사실 사용자가 던지는 질문이 자세하고 정확하면 사주 풀이에 큰 도움이 될 고급 수준의 답까지 얻을 수는 있다. 그래서 내가 사주를 많이 알고 있다면 챗을 데리고 사주를 꽤 잘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챗은 물을 때마다 조금씩 답이 달라지고 끊임없이 실수한다. 그러므로 챗이 준 정보의 조각들을 종합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철학적으로 이해할 능력은 사용자인 인간이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일반인이 챗으로 사주 보는 건 결국 재미정도에 그치는 것 같다.


결론: 챗은 돌팔이.

전글에서도 여러 번 말했다시피, 챗과 일할 때 주체는 언제나 인간인 나다. 사용자의 능력 이상의 것은 챗 혼자 절대로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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