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거나 헤어지거나
최종 합격과 원하는 도시로의 발령 이후, 나는 기어코 그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동시에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 만약 그가 내 프로포즈를 거절한다면 더이상의 연애를 이어갈 생각은 1%도 없었다. 끝을 내려면 끝까지 가봐야한다. 그래서 이제야, 그가 포기가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까. 만약 그가 결혼을 생각했을 때 혹여나 다른 것들도 원하는 요인이 있다면 그게 뭐든 나와는 무관할 것들일 터였다. 아쉬울 것도, 그가 야속하고 그럴 문제도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내 사람이 아닌 것이다. 마음이 비워졌다.
“ 이제 연인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
나는 우리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나는 이제는 오빠가 남자친구로서가 아니라 내 배우자로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결혼하자. 일주일간 생각해보고 답해줘. ”
일주일 뒤, ‘그래 우리 결혼하자’ 하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고 온 그에게 너무 놀랐고, 지금은 내가 돈이 많이 없으니 돈 좀 더 모으고 내년 겨울쯤 했으면 좋겠다는 내 말에
“하기로 결심한 것 미룰 것 뭐 있냐. 그냥 준비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하자.”
돌아오는 그의 대답에 두 번 놀라는 날이었다.
이렇게 승낙할 줄 알았다면 반지든 꽃다발이든 하다못해 로맨틱한 분위기라도 심사숙고하여 준비했을텐데…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게 된 나의 참으로 멋없던 프로포즈. 심지어 남편은 나중에 이 프로포즈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게 프로포즈였어? 최후의 통첩이지. 승낙 안 하면 헤어질 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