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노력과 최소 비용으로 결혼하기

간단한 게 좋아

by rainy

결혼식을 준비할 때 그 방식은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나의 로망처럼 식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있고, 엑셀 파일을 작성하며 리스트업을 촤라라 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보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결혼식장은 카페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1시간도 안 될 인터넷 서치를 통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군데를 골랐고, 실물을 보자마자 마음을 홀딱 빼앗긴 우리는 더 알아볼 것 없이 그곳에서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작지만 공간이 세련되고 꽃 장식이 화려하기보다는 단아하게 조화롭고 무엇보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나무가 많은 곳이었다. 보자마자 ‘여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장이라기보다는 홈파티를 할 것만 같은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 같기도,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같기도 했는데 그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식장 바로 옆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찰이 위치해 있다는 점도 좋았다.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했고, 드레스는 소규모 식에 어울릴 만한 이브닝 드레스로 15만원을 주고 대여했다. 마음에 꼭 드는 드레스였다. 남편의 정장 대여비도 15만원, 꽃 장식을 포함한 식장 대여비 500만원을 제외하면 메이크업에 가장 비싼 돈 70만원을 투자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 파랗고 맑고 청량한, 그와 맞는 두 번째 10월의 한 토요일이었다. 신부 대기실이 따로 없어 손님들을 함께 맞이하고, 손님들과 함께 웃고 사진 찍고 떠들다가 마치 장난처럼 농담처럼 리허설도 없는 식을 치른다. 내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아마도 오늘이 영화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하이라이트로 기억에 남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을 똑띠 차리고 하나라도 더 생생하게 눈에 담으려고 했던. 무엇보다 행복한 진짜 웃음을 많이 웃었던 하루였다.


자의보다는 타의로 준비하게 된 식이었음에도 이것은 내가 평생 잘한 일 중 하나가 된다.


이제 여행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생활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정말 바라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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