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행복할 거라는 착각

시간의 지옥

by rainy

2년째 육아 휴직 중으로, 양육에 있어서 우리 가정은 엄마인 내가 주양육자가 되기를 선택했다. 휴직을 해도 업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남편보다는 내가 훨씬 더 휴직이 자유롭고, 남편과 나의 연봉 차이도 꽤 나기 때문에 내가 휴직하는 편이 여러모로 마땅했다. 따라서 평일 물리적인 육아의 비중을 따지자면 내가 90% 이상일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조금의 경제적 압박도 없이 그저 마음 편히 아이를 돌보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남편의 육아 참여도가 절반 이상은 훌쩍 넘으리라.


그렇게 안다면, 알고 있다면, 불평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않을까 싶은데…… 싶은데도 육아는 생각보다 지치는 일이었다. (아니면 그냥 내가 유별난 사람일 수도 있다.)


아이와 둘이 집에 남는 시간.

해보기 전에는 그 시간을 꿈꾸며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그 시간 속에 갇혀보니 시간의 지옥이 따로 없었다. 육아는 분명히 고귀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나, 그 과정은 똥기저귀를 갈고 아이를 씻기고 밥을 만들어 먹이고 안아서 재우고 울면 또 안아서 어르고 사고 친 것들을 치우고 다시 또 똥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굉장히 원초적이고 단순한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 행위들로 꽉 찬 하루들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루 2시간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루틴만 확보가 되어도 정신적으로 훨씬 덜 지칠 것 같은데 문제는 그게 결코 쉽지 않은 게 육아다.


하고 싶은 것이 대단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잠깐이라도 내가 나이고 싶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정도면 된다. 나의 경우는 독서랑 공부가 간절해졌다. 물론 이기적인 엄마인 편이어서 이것들을 틈틈이 하기는 하는데, 충족될 만큼은 당연히 할 수가 없기에 그런 갈증을 항상 가진 채로 위에서 말한 하찮은 행위들을 반복하고 내일 또다시 그런 하루가 반복될 거라는 사실이 나를 물에 젖은 수건처럼 늘어지게도 지치게도 만든다.


내가 아이에게 지금 해주고 있는 최선은, 단지 아이의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아이 옆에 물리적으로 있어주며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심어주는 것과, 잘 해먹이는 것. 오직 그것뿐이다. 고작 그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그런데 그 고작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해보면서 알았다.


내 새끼 내가 키우는 일인데 생각보다 행복하지만은 않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도 있다, 그게 나여서 유감이다, 그런 생각들을 한다. 그러면 또 내가 하는 생각은 그것이다.


평생을 행복에 대해 연구해 온 서은국 교수가 말한 것처럼 행복이 꼭 인생의 목표는 아니라는 것과, 나는 비록 지금 당장의 행복도는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의미로는 분명히 더 채워진 시간을 살고 있다는 점, 나 개인의 욕구만 중시하며 살아온 게 익숙한 나인데 이제는 내 배의 크기를 키울 때라는 점. 내 시간이 내 아이의 양분으로 쓰일 수 있다면 그것이 어쩌면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쓰는 일보다 훨씬 더 보람찬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또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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