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결혼

이상대로 살자

by rainy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한집에 살면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게 여길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남편과 나의 관계가 더할 수 없이 평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는 이렇게까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아마도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부모님 나름대로는 역할 분리가 곧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부부 관계였을지도 모르나, 그게 나에게까지 직간접적으로 요구될 때에는 답답함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과는 달랐으므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이 가족의 구성원은 나와 남편뿐이고, 하여 우리 가족의 문화는 우리가 합의하는 방향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남편과 아주 아주 동등한 관계를 원했다. 풀어 말하면, 영역 분리가 되지 않기를 원했다. 둘 다 평생 돈을 벌고, 집안일을 내 할 일, 네 할 일로 나누지 않고 여건이 되는 대로 ‘같이’ 하는 삶을 원했다. 물론 돈을 벌어오는 생계 부양자의 역할과 가정 주부로서의 역할이 분리가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적일 수 있고 균형이 맞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개인적인 성향상 나는 둘 다가 이 역할을 다 해내는 것을 바랐다. 배우자를 몹시 사랑하지만, 설령 그 사람이 갑자기 내 삶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리 하나 잃은 책상 같은 인간이 되는 것은 싫다. 쓰다 보니 일종의 방어 기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그렇다.


육아를 하면서부터는 지금 당장은 역할 분리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고충이 있다. 서로가 분명히 한 팀인데(어떻게 보면 완벽한 한 팀이기에 역할 분리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어쩐지 우리가 멀어진 기분을 스스로 느낄 때가 있는 것이다. 남편은 여전히 커리어를 쌓고 있고 집 밖을 나서면 사회적 관계를 매일매일 겪는 것에 반해, 나는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는 많은 것이 정체되고 고립되어 있는 기분이 들어서. 우리가 이전까지 완벽에 가깝도록 평등하고 동등한 관계라고 느끼기에 가질 수 있었던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 또한, 육아가 힘든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만 제외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매우 평등한 관계이다. 남편은 나의 자율성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주는 사람이고, 나를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 결혼이 꽤 괜찮은 결혼이라고 느끼고 있다.


‘괜찮은 결혼’의 모습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다. 동시대에도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과 모습을 들여다보면 주류와 비주류는 물론 있겠지만 어쨌든 다양한 방식이 혼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괜찮음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잘 파헤쳐보고, 그것이 일치하는 사람을 예민하게 잘 찾아내어 그 이상을 구현해가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도 잘하다 못하다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중이지만, 어쨌든 계속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 제목은 책 “괜찮은 결혼(엘리 J. 핀켈)”에서 그대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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