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음의 미학

예술, 무슨 물건인가?-06

by 에코




"요즘 작품 잘 돼 가니?"




"글쎄요... 힘드네요.



어떻게 하면

마음대로 잘 그릴 수가

있을까요?"




"네가 마음대로

잘 그린다는 게 뭐지?"




"제가 잘 그린다고 한건

제 마음에 드는 그림이

되는 거죠."




"그래? 네 마음에 드는

그림이라는 게 뭔데?"




"저도 좋고

대중들도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그게 좋겠지만,

그건 알 수가 없지. 다만 확률적으로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어떻게요?"




"우리들의 욕망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어.

자신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



자신의 욕망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스스로 금기와 억압으로

은폐해 놓은 욕망이고,



이 욕망은

언제나 자기를 찾으려 틈새를 뚫고

튀어나오려 하고 있지.



또 하나는

사회적 규범이라 불리는

타자의 욕망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야.



사실 작가는

자신의 것과 타자의 것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우선 자신이 누구보다

중요한 것이니까



스스로

억압해 놓은 것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너를 먼저 살리는 쪽을

선택해."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응, 잘 그리려고

생각하는 놈만 없으면 돼.."




"그게 무슨 말에요?"




"우리는 언제나

'잘하려는 놈'이 있어

갈등을 일으켜.



아마도

잘 그리려는 놈은

타자의 욕망을 생각하는

놈일 거야.



그러나 네 현실의 주인은

바로 너니까,



결핍을 드러내어

충족된 주체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야.



사실 너를 드러내든

타자의 욕망에 맞추든 어떤 게

잘 될지는 알 수가 없어.



그러니까 일단 주제가

정해졌으면



잘 그리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네 존재에 맡겨.



생각 없이 한다는 건

머리로 그리려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는 거지.



잘 모르겠으면

예를 들어 방 정리하듯 해봐,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듯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수정하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더는 그릴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 거야.

그럼 이미 잘 그려진

그림이 된 거지.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팔리 든 안 팔리 든,

그건 그다음 문제고.



하지만

잘 될 가능성은 클걸?.왜냐하면

너에게 진실했으니까.



세상은 바로 자신에게

진실한 작품을 원하거든.



그게 진정성이고

순수한 예술정신이니,



위대한 작품은

바로 이렇게 창조된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누구나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그 시선에

비추어 보면 자신에게



'주체의 시선''과 ''타자의 시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체의 시선은

사회적 규범과 틀이라는 타자의 시선에

억눌려있는 자아를 일깨워



예술의 본향으로

가고지 하는 예술정신을

되살리고,



타자의 시선은

사회적 규범과 틀이

제공하는



물질과 명예의

안락함을 욕망하고

안주하게 한다.



작가들이 작업 중에

올라오는 욕망이나 감정과

생각에는



이러한

이중적인 심리가

수시로 교차한다.



이것들이

서로 충돌하고 갈등할 때,

그 고통은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내적 갈등과 고통의



'불안전성'



이야말로



바로 예술의 진정한

원천적 에너지다.



세상의 많은 일들도

고통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통을 승화로 바꿀 때

결과는 더 찬란하다.



작가들이

예술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 결핍과 욕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원래 갖고 있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위대한 예술가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났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불안과 결핍,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유지했기에 자연스러워지고

특별해지는 것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나는 내 안의 두려움을

그릴뿐이다'라고 했다.






AI시대를 맞아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논의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이를 고민하며 자신만의

미학을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미학' 역시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란,

특정한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고유의 모습이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틀이 틀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이에,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드러낼 것과

드러내지 않을 것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생각에 갇힌 것뿐 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경계를 짓지 않는 분별없음의 분별,



다시 말해

분별을 위한 분별이 아니라

원래가 분별없음을 알되

상황에 맞게 분별하는,



'생각 없음의 미학'



이다.



이것이야말로

자기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자신의 세계가

유일무이한 것임을

자각하게 해



진정한

정신적 자유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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