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에게 질렸다.
사람이 고프다.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그립다.
사람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를 굳이 하나의 범주에 넣는다면
사람에게 질린 쪽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졸업 이후에 몇 년간 방황을 했다.
그리고 가볍게 시작했던 일을 어쩌다 보니 8년을 했다. 꽤 진지하게 일했는데 임신을 하면서 무겁고 아쉽게 그만두게 되었다.
잘 나왔다는 생각도 했다.
그 직장에서 사람에게 질려 버렸으니까.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만만치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고객과 거래처와의 끝없이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나는 점점 직감적으로 사람을 재기 시작했다.
이 사람, 불길한데.
이 사람,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되겠는데.
첫인사에서부터 예상하기도 했고
짧고 긴 대화를 하며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추측하기도 했다.
사람마다 이기심의 모양은 달랐다.
그 이기심은 나를 아프게 하기도 했고
실제로 업무상 피해를 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기 위해 사람을 평가하고
자르듯 재단하던 습관을 들였다.
그게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그 습관은 어느샌가 내 일상에도 스며들었다.
친구가 소개해주는 친한 친구의 반가운 인사에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필라테스 센터에서 건네주었던 친절함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자연스럽게 어느샌가 혼자가 편해졌다.
사람의 관계가 뒤섞이는 것이 싫었고
사람에 대해 강한 증오심을 마저 느꼈다.
그래서 결국 혼자 하는 일을 택했다.
그렇지만 일만 혼자 할 뿐,
사람과의 관계는 완전히 끊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꾸준히 사람과의 관계를 조심스레 피해 갔고 피할 수 없는 관계에서는 조용히 방어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람에 질렸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좋다는 사람을 보면,
순수하게 살아서 좋겠다고 했다.
내가 그런 때가 있기는 했나.
부러움과 질투가 섞여 마구 괴롭혔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사람이 좋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 사람 좋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