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입시제도는 가능할까?

롤스의 기회균등의 원칙

by 도덕쌤

지난 주제는 롤스가 주장한 정의의 원칙 중 차등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오늘은 정의의 원칙 중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롤스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이 충족될 때라고 주장한다. 즉, 사회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그 결과가 최소수혜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면 불평등도 정당화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런 롤스의 입장은 현대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부합하는 합리적인 정의관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자신의 능력만큼의 대가를 받기를 원한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에 부합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하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롤스는 형식적 기회 균등이 아닌 실질적 기회 균등을 주장했다. 단순히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를 원한 것이다. 교육의 기회를 준다고 하면, 단순히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 동등한 교육 환경에서 동등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 기회 균등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공정한 기회가 보장된 교육의 결과로 발생하는 사회적 격차는 인정된다는 생각이다.


“롤스의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에서 생각해봤을 때,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다. 대입을 준비하는 당사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학생들은 예전에 비해 공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우리나라 대입은 정말 많이 변해왔다. 내가 입시를 준비할 때는 오로지 수능 중심이었다면, 요즘엔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논술, 정시 등등 다양한 대입의 길이 열려있다. 많은 기회가 부여되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신경쓰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정말 많아졌다. 단순히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줄을 세울 때보다는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고,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정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 격차는 심하다고 생각된다.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각종 사교육의 영역이 많아졌다. 최근 뉴스를 보니, 학생수는 훨씬 줄었지만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생기부 컨설팅 업체들이 생겨나고,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입시를 준비해준다. 그럴만한 여력이 없는 집의 학생들은 스스로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이들 간의 격차는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롤스가 생각하는 대로 공정한 기회 균등을 만들 수 있을까? 이건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대입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대학에 입학하고, 어떤 학과에 들어가냐’가 미래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수입 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교과의 1등급을 맞는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 입학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러한 대입의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입시제도의 실질적 기회 균등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을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한 번씩 생각해본다. 입시를 위한 고등학교 생활이 아닌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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