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지도는 어떻게 해야할까
당분간은 수행평가를 하고 있어서 수업을 했던 내용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할지 생각해보며 브런치에 글을 남겼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학생들과 직접 대화해본 내용이 아니다 보니, 글을 쓰면서도 너무 추상적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편부터는 고전과 윤리 내용이 아닌 학생들이 발표한 수행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써볼까 한다.
고전과 윤리 수행평가는 자신이 관심있는 윤리적 문제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전 구절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몇 일간의 탐구와 발표 자료 제작을 거쳐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게 되는데, 정말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했다. 생명 윤리부터 AI 발전으로 생겨나는 윤리적 문제,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주제들을 학생들은 생각해냈다.
그 중 눈길을 사로잡은 주제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 체벌은 허용되어도 좋은가?” 였다. 이 주제를 선정한 학생은 굉장히 장난꾸러기에 활발한 친구로,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수업시간에 다들 발표를 꺼리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학생이다. 그런데 선정한 주제가 교육과 관련되어 있고, 그것도 체벌 허용에 대한 쟁점을 선정한 것이 신선했다.
“왜 이 주제를 선택했어?” 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며 생각을 물어봤다. “요즘 안 때리고 말로만 하니까 애들이 막 나가는 것 같아요.” 의외의 대답에 한 번 더 질문을 했다. “그럼 너는 체벌 허용해도 된다는 입장이야? 쌤이 너 떠든다고 때려도 괜찮어?” 여기에 대해 “네! 저도 그렇고 박OO, 김OO 얘들도 요즘 수업 때 너무 떠들어서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저희를 때려서 바로잡아 주세요!”라고 아주 씩씩하게 말했다. 그 소리에 다른 애들도 맞장구를 치며 모두가 웃으며 상황은 종료가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 도대체 어떤 고전 구절을 사용하여 체벌을 해도 된다고 주장할지 기대가 되었다. 이 학생은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으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친구들과 장난치고 떠든다고 가끔 방해가 되기도 하는 친구이다. 그럼 이 학생이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떠들고 장난칠 때 체벌을 통해 조용히 만들고 수업에 집중시켜도 될까?
학교에서 체벌은 2010년대 초반 여러 사건들을 계기로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 2010년대 후반부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체벌이 존재했다. 지각을 하면 1분에 허벅지 1대, 수학 문제를 나와서 못 풀면 허벅지 1대, 수업시간에 졸면 손바닥 1대 등등 생활규칙을 지키고 수업에 집중시키기 위한 다양한 체벌이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감정적인 체벌도 있었다. 말 대답을 해서, 선생님의 앞에서 욕을 해서, 태도가 불손해서, 선생님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다 걸려서 등등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을 때, 뺨을 맞거나 정강이를 차이는 등 무규칙적인 체벌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 체벌이 있을 때면 교실은 공포로 얼어붙기 마련이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체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체벌의 효과는 매우 강력하고 즉각적이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은 행동을 교정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체벌을 가하는 교사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날의 감정에 따라 체벌의 강도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벌은 폭력적이다. 체벌을 통해 당장은 행동을 교정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된다. 그 행동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기보다는 체벌을 피하기 위해 그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가질 것이다.
솔직히 요즘 교사로서 학생들을 제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 체벌은 물론 상벌점제도 사라지는 추세이다. 체벌은 분명 정당화될 수 없는 교육방법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지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직은 어리고 자기 통제가 어려운 학생들에 대하여 단순히 말로 하는 훈육과 지도만으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울 때가 많다. 그 과정 속에서 오히려 다른 선한 학생들이 수업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정당화될 순 없지만 명확한 기준에 따라 체벌을 하는 것은 규율을 세우기 위해 필요할까? 그 친구 덕에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