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의 윤리
요즘 학생부 업무에 치여 학교에서는 웃음을 잃어버렸다. 지나가던 선생님들께서도 작년이랑 표정이 달라졌다며 걱정하시는 분도 계셨다. 내가 생각해도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매사 심각하게 고민하는 버릇이 생겨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1학년 통합사회 수업을 하며, 진심으로 크게 웃었다.
5교시 통합사회 수업시간이었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날도 따뜻하고, 땀을 뻘뻘흘리며 운동도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5교시는 매우 졸린 시간이다. 나도 그것을 잘 알기에 빨리 집중해서 수업을 들으면 뒤에 시간을 남겨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잘 통했는지 매우 몰입감 있게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7~8분 정도 쉴 수 있는 시간을 학생들에게 주었다.
아이들 중 반틈은 엎드려 잠을 자고, 나머지 몇몇은 숙제를 하거나 옆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종이비행기 하나가 뒤에서 날아와 앞자리의 어떤 친구의 머리에 툭 하고 맞는 것이다. “아무리 쉬라고 그랬지만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은 아니지!” 하며, 뒷자리에 던진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도 죄송하다고 하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제가 접은 건 아니에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거 접은 사람 누구야?”라고 내가 분위기를 풀어주며, 장난식으로 이야기를 하자. 범인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 학생은 바로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오펜하이머는 죄가 없습니다.” 이 얘길 듣자마자 드는 생각은 ‘무슨 소릴 하는 거지?’였다. 그리고는 반짝하며 이 친구가 윤리 시간이라고 재치있는 철학적 유머를 던진 것을 깨닫고 우울했던 하루에서 가장 크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그 친구에게 질문했다. “아니 무기를 만든 게 왜 죄가 없냐? 책임져야지~” 거기서 그 친구는 더 길게 대답은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 이상은 고민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상황은 종료되고 교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흐뭇한 미소로 오늘의 이야기를 브런치 주제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오펜하이머는 죄가 없을까? 오펜하이머는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로 최근 영화로 그의 고민과 핵폭탄의 윤리적 문제가 다뤄졌었다. 과학자였던 그는 핵무기가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몰랐을까? 핵무기를 개발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치인들이었고, 직접 전쟁에 사용하여 일본에 두 차례 핵폭탄을 투하하여 수십만의 사람이 죽었다. 그 결정을 내린 정치인들은 분명 그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과학자, 공학자들은 핵무기라는 과학 기술을 개발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이 핵무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도 이 무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몰랐다면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펜하이머도 도덕적 책임(죄책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종이비행기를 접은 그 친구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윤리적 사고를 위트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센스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