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인격체라고 할 수 있을까?

칸트의 인격

by 도덕쌤

고전과 윤리 시간이었다. 고전과 윤리는 3개 반이 개설되었는데, 각각의 반이 특성이 다 다르다. 지난번 체벌의 주제로 발표 준비를 하는 학생이 있는 반은 항상 시끌시끌하다. 어떤 주제를 던져주어도 해석이 다르고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재미가 있다. 반면 오늘 들어간 반은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어떤 반보다 깊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반이다. 오늘은 그 중 한 학생과 발표 준비를 하면서 나눈 얘기를 글로 써볼까 한다.


이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굉장히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대부분의 아이들은 칸트, 공리주의 등을 수업하면, 사상가들의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학생은 그 사상가들의 주장에 빈틈을 찾고, 그 빈틈에서 오는 딜레마에 대해 질문을 한다. 정말 똑똑하고 독서도 많이 해서 다양한 분야에 상식을 갖추고 있어, 이 학생의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해 진땀을 빼기도 한다. 하지만, 이 학생과 내가 좋아하는 윤리학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하다가 보면 정말 말 그대로 재미가 있다. 정신없이 대화를 나누다가 쉬는 시간 10분이 훌쩍 지나간 적도 있다.


이 친구가 정하는 발표 주제는 그래서 눈 여겨볼 수 밖에 없었다. 수업을 가장 열심히 듣는 우수한 학생의 주제는 뭘까? 이 학생은 사실 이공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으로 인문학도를 꿈꾸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래서 주제도 본인의 관심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선정했다. 하지만 3월에 수업한 칸트의 사상을 함께 엮어 AI도 인격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도 한 명씩 주제에 대한 문답을 하며 피드백을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학생의 차례가 되어 선정한 주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AI도 인격체라고 생각해?”, “네... 나중에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면, 이성적인 능력은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성을 갖춘 AI는 인격체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었다. 칸트입장에서도 인격체란 이성적 능력을 갖추고, 자율적으로 판단을 내려 스스로 행동하는 존재로 본다.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까지도 말이다.


이에 조금 더 질문을 했다. “AI도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네. 지금 챗gpt도 행동은 못하지만, 사용자의 질문에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있으니까 가능할 것 같아요.” 또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물음으로 질문을 했다. “AI는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니까 사람의 자율적 판단하고는 다르지 않을까?”, “음...... 그렇게 치면 사람도 생물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행동하는 것 같아요. 유전자와 호르몬에 따라서 어떤 사람인지 정해지는 것처럼요. 제가 어떤 연구를 봤는데, 식욕 호르몬을 투여하면 그 사람이 욕구를 잘 조절하는 사람인데도 못 참는다고요. 어쩌면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도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유전자와 호르몬의 영향일지도 몰라요. 그런 관점이라면 사람이나 AI나 똑같은 일종의 결정론이 아닐까요? 엇... 그러면 칸트가 주장하는 자유의지랑 상관없어 지는데... 어떡하죠? 잘모르겠어요.”


이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완전히 놀랐다.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논리적 흐름,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결국 원래 논점에서 벗어난 것을 알차리는 것도. 이에 대해 나도 제대로 답변해주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전자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일종의 진화론, 신경윤리학에 대해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AI의 판단과 인간의 판단을 다르다고 구분할 수 있는 무엇인가 확실한 것이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공부를 해야될 때라는 것을 느꼈다. 요즘 업무와 수업 준비에 치여 공부를 소홀히 했었는데, 뭔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새로운 동기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럼 AI는 인격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의도는 AI를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나? 로 봐야 될 것 같다. 칸트의 주장에 따라 인격체는 단순한 사물, 물건과 다르다. AI가 인격체라면, 도구 취급을 해서는 안되고 하나의 도덕적 대상으로 대우해야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AI는 점점 우리의 삶의 일부로 다가오고, 이에 대한 윤리적 기준도 필요하다. 내 생각에 아직은 AI를 인격체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들이 충분히 논리적 판단을 내리고, 우리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지만, 자율적인 판단을 내리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대답해주는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AI 기술이 발전하여 AI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인간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해주어야 되지 않을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학생들과 얘기를 하면서 내가 더 성장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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