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규율
올해는 제대로 거절을 하지 못해 학생부장을 맡았다. 나는 학생들을 따끔하게 혼내지도 못하고, 잘못을 엄하게 지적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대신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서 왜 그런지 이해해보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좋게 말하면 친근하고 편안하게 생각하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하게 생각한다. 그런 내가 학생부장을 맡아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가장 앞장서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예전과 달리 생활지도는 강압적이지 않다. 용어도 생활교육으로 바뀌었다. 교복을 입지 않거나 슬리퍼를 신고 등교를 하면, 말로 지적하는 것이 전부이다. 우리학교는 벌점제도도 없고, 그 외의 다른 강압적인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중학생과 달리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많이 성장하여 사실 많이 손이 가지 않는다. 말로 이야기를 하면 잘 알아듣고, 어느 정도 선을 지킬 줄 아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어른을 보면 인사하거나, 복도에서 걸어다니기, 선생님께 공손하게 행동하기 등의 생활교육은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반대로 학생들의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되는 교칙들은 점점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교칙이 교복을 갖춰 입는 것이다. 1학년들은 대부분 교복을 잘 갖춰 입고 등교를 한다. 하지만 2학년, 3학년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복장은 점점 자유분방해진다. 셔츠만 입고 다른 부분은 모두 사복이거나, 어떤 학생은 아예 사복을 입고 등교하기도 한다. 교복을 입으라고 지도를 하더라도 공손하게 대답하고 바뀌지 않는다.
나는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를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학생들의 교복을 제대로 지도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교감선생님께서 아이들 복장이 점점 자유로워진다면서,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생활지도를 할 것을 요구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요구지만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왜 교복을 입어야 할까? 나 스스로 고민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으라고 지도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예전과 달리 교복은 전액 지원이 된다. 추가적으로 구입하지 않는 이상 개별적으로 교복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세금 지원으로 산 교복을 입지 않는 것은 일종의 낭비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학생 간의 복장을 통일함으로써 경제적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교복이다. 우리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정체성을 가장 크게 상징하는 것이 교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동하기 불편하고,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교복을 착용해야 할까? 일종의 개인의 자유와 학교 공동체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다 보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때가 있고, 반대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다 보면 공동체의 가치를 무시할 때가 있다. 나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학교의 소속감을 느끼고 학생으로서 건강한 정체성 형성을 위해서는 교복은 입어야 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교복 착용은 단순히 학생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생활교육을 해야 할까? 과거처럼 교복은 안 입었다고 윽박지르거나 벌을 주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함과 동시에, 교복을 잘 입는 학생에 대한 모범상이나 일종의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생각대로 아이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시도해보고, 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