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프리메이슨의 철학과 고대의 지혜들
제6장: 고대 지혜들과의 연관성
6.1 헤르메티시즘과 프리메이슨
프리메이슨의 상징과 철학이라는 풍요로운 숲을 거닐다 보면, 우리는 이 숲의 나무들이 실은 땅속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뿌리줄기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그 뿌리줄기는 바로 수천 년 동안 서양 정신사의 심층부를 조용히 흘러온 '에소테리즘(Esotericism)', 즉 비의적(秘儀的)인 고대 지혜의 전통입니다. 프리메이슨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고립된 현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위대한 고대의 강물로부터 흘러나온 여러 지류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수원(水源)의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헤르메티시즘 (Hermeticism), 즉 헤르메스주의입니다.
헤르메스주의는 그 이름을 전설적인 인물,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 (Hermes Trismegistus), 즉 '세 번 위대한 헤르메스'에서 따왔습니다. 그는 고대 이집트의 지혜의 신 토트(Thoth)와 그리스의 신들의 전령인 헤르메스(Hermes)가 결합된 신화적 현자(賢者)로, 연금술과 점성술, 신성 마법 등 모든 신비 지식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일련의 문헌들, 특히 『코르푸스 헤르메티쿰, Corpus Hermeticum』과 『에메랄드 타블렛, The Emerald Tablet』은 르네상스 시대 유럽 지성계에 거대한 충격을 안겨주며, 과학과 철학, 그리고 신비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리메이슨의 사상 속에는 바로 이 헤르메스주의의 핵심적인 가르침들이 마치 선명한 워터마크처럼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헤르메스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는 바로 『에메랄드 타블렛』의 첫 구절에 담긴,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 그러하며, 아래에서와 같이 위에서도 그러하니, 이는 하나인 것의 기적을 이루기 위함이라 (That which is Below corresponds to that which is Above, and that which is Above corresponds to that which is Below, to accomplish the miracle of the One Thing)"라는 위대한 격언 속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는 우주 (Macrocosm)와 인간 (Microcosm)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원리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상호 연결된 거울과도 같다는 사상입니다. 즉, 하늘의 별자리와 행성의 운행 속에 담긴 신성한 질서는, 우리 인간의 내면세계와 지상의 모든 현상 속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상응(Correspondence)'의 원리가 프리메이슨의 상징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프리메이슨의 로지는 왜 바닥에 흑백의 타일을 깔고, 천장에는 해와 달과 별을 그려 넣는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로지라는 공간 자체를 우주의 축소판, 즉 소우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프리메이슨은 이 상징적인 우주 안에서, 저 하늘의 위대한 질서와 조화를 지상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재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우주의 위대한 건축가'를 기하학의 원리로 세상을 설계한 존재로 묘사하는 것 역시, 질서정연한 우주를 숭배했던 헤르메스주의의 사상과 정확히 그 맥을 같이 합니다.
또한, 헤르메스주의는 인간을 단순히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신성을 공유하는 존재, 즉 '필멸의 신(Mortal God)'으로 바라봅니다. 인간의 영혼 속에는 신성한 빛의 불꽃이 잠들어 있으며,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이 내면의 신성을 깨닫고, 우주의 신성한 마음(Nous)과 다시 합일하는 것입니다. 이 사상은 프리메이슨의 자기계발 철학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불완전한 거친 돌을 깎고 다듬어 완벽한 돌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다름 아닌 자신의 무지와 욕망이라는 껍질을 깨고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신성의 빛, 즉 그노시스(Gnosis)를 발견해 나가는 영적인 여정인 것입니다. 프리메이슨이 그토록 '빛'을 갈망하고,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의식을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헤르메스주의의 실천적 측면인 연금술(Alchemy) 역시 프리메이슨의 상징주의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연금술의 목표가 비금속인 납(Lead)을 순수한 황금(Gold)으로 변성시키는 것이듯, 프리메이슨의 영적 연금술은 무지하고 불완전한 자연 상태의 인간(납)을, 지혜와 덕성을 갖춘 완벽한 인간(황금)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위대한 작업(The Great Work)'을 위해, 연금술사들이 물질을 '분리(Solve)'하고 '결합(Coagula)'하는 과정을 거치듯이, 프리메이슨 역시 자신의 내면에서 악덕을 분리해내고 미덕을 결합시키는 도덕적 수양의 과정을 밟아 나갑니다.
이처럼 프리메이슨의 철학은 헤르메스주의라는 깊고 풍요로운 지혜의 강물로부터 막대한 사상적 자양분을 공급받았습니다. 우주와 인간을 하나의 거울로 보는 상응의 원리, 인간 내면의 신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기 변성을 향한 연금술적 열망은, 프리메이슨의 상징과 의례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리메이슨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을 단지 18세기 영국의 한 사회 단체로만 보는 것을 넘어, 고대 이집트의 지혜로부터 시작되어 르네상스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서양 에소테리즘의 장대한 흐름 속에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6.2 카발라의 생명나무와 의식
만약 헤르메스주의가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거대한 철학적 원리를 제공했다면, 유대 신비주의의 정수인 카발라(Kabbalah)는 우리에게 신성(神性)이 어떻게 이 세상에 현현(顯現)하고, 또 인간이 어떻게 다시 그 신성의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정교한 '영혼의 지도'를 선물합니다. 카발라는 본래 '전통' 혹은 '수용'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로서, 성서의 문자적 의미 이면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지혜를 구전으로 전수해 온 신비주의 체계입니다. 17세기와 18세기, 기독교 사상가들과 신비주의자들이 이 카발라의 가르침을 재발견하고 연구하면서, 그 심오한 상징 체계는 서양 에소테리즘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막 태동하던 사변적 프리메이슨의 철학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카발라의 모든 가르침의 핵심에는 생명나무(Etz Chaim)라 불리는 하나의 위대한 상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생명나무는 궁극적이고 무한한 신의 빛, 즉 '아인 소프 오르(Ain Soph Aur)'로부터 열 개의 신성한 속성 또는 방출체인 세피로트(Sephirot)가 차례로 현현하여 이 물질 세계를 창조하기까지의 과정을 도식화한 우주적 청사진입니다. 이 열 개의 세피로트는 각각 '왕관', '지혜', '이해', '자비', '엄격', '아름다움', '승리', '영광', '기반', 그리고 '왕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스물두 개의 경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우주 창조의 과정만을 보여주는 지도가 아닙니다. 더욱 중요하게는, 그것은 물질 세계라는 가장 낮은 차원('왕국', 말쿠트)에 떨어진 인간의 영혼이, 다시 신성의 근원('왕관', 케테르)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영적 상승의 경로를 보여주는 '수행의 사다리'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상승의 사다리'라는 개념이 프리메이슨의 등급 체계와 놀라울 정도로 깊은 공명을 일으킵니다. 특히 수십 개의 등급으로 이루어진 스코티쉬 라이트(Scottish Rite)의 여정은, 이 생명나무의 경로를 따라 올라가는 영적인 순례의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프리메이슨의 입문자가 블루 로지의 세 등급을 거쳐 장인 석공(Master Mason)이 되는 것은, 생명나무의 가장 아래 부분에 위치한 물질적이고 기초적인 세피로트의 단계를 통과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더 높은 등급으로 나아갈수록, 그는 생명나무의 더 높은 세피로트가 상징하는 지혜와 자비, 그리고 균형의 원리들을 하나씩 배워나가게 됩니다. 각 등급에서 행해지는 의식과 교훈은, 생명나무의 특정 세피로트나 경로가 지닌 고유한 에너지와 철학적 의미를 체험하도록 설계된 하나의 영적 훈련인 셈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유사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은 바로 프리메이슨 로지 입구에 서 있는 두 개의 기둥, 야킨(Jachin)과 보아즈(Boaz)입니다. 이 두 기둥은 솔로몬 성전의 입구에 서 있던 실제 기둥의 이름이지만, 프리메이슨의 상징 세계에서는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바로 생명나무의 구조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생명나무는 크게 세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른쪽의 기둥은 자비와 확장, 긍정의 힘을 상징하는 '자비의 기둥'이며, 왼쪽의 기둥은 엄격과 수축, 부정의 힘을 상징하는 '엄격의 기둥'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이 두 상반된 힘을 조화시키고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의 기둥'이 서 있습니다. 프리메이슨 로지의 두 기둥 야킨과 보아즈는 바로 이 자비와 엄격의 두 기둥을 상징하며, 입문자는 이 두 기둥 사이를 통과함으로써,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 즉 균형의 길을 걸어가야 함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카발라의 가장 중요한 실천 철학 중 하나인 '티쿤 올람(Tikkun Olam)', 즉 '세상의 복원'이라는 개념 역시 프리메이슨의 핵심 알레고리와 깊이 연결됩니다. 루리아 카발라 (Lurianic Kabbalah)에 따르면, 태초에 신의 빛이 담긴 그릇들이 깨지면서 신성한 불꽃들이 물질 세계의 파편 속에 흩어져 갇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사명은 바로 이 세상 곳곳에 흩어진 신성의 불꽃들을 다시 모으고 끌어올려, 깨어진 세계를 복원하고 최초의 조화를 되찾는 것입니다. 이 '복원'의 사상은, 프리메이슨이 그들의 위대한 장인 히람 아비프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게 된 솔로몬의 성전을 재건하려는 상징적 목표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잃어버린 성전을 다시 짓는다는 것은, 바로 이 깨어진 세계를 다시 완전하게 만들고, 지상에 신성한 질서를 회복하려는 '티쿤 올람'의 실천적 표현인 것입니다.
이처럼 카발라의 생명나무는 프리메이슨에게 자기 자신과 우주의 관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영적 성장의 단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교한 내면의 지도를 제공했습니다. 그들의 등급 체계와 의식,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 속에는, 신성의 근원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이 다시 그 빛을 향해 상승하고자 했던 카발리스트들의 뜨거운 열망이 서로 다른 언어와 상징 속에서 동일한 모습으로 타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6.3 로시크루시안 (장미십자회)과의 역사적 교류
만약 헤르메스주의와 카발라가 프리메이슨이라는 건축물의 철학적 설계도를 제공한 고대의 원천이었다면, 17세기 초 유럽에 혜성처럼 나타난 장미십자회(로시크루시안) 운동은, 바로 그 건축물의 탄생을 예고하고 그 터를 닦아놓은 신비로운 선구자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리메이슨과 장미십자회 사이에 직접적인 조직적 계승 관계가 있었는지를 증명할 역사적 문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형제단의 사상과 상징,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 속에서 너무나도 선명한 가족적 유사성 (Family Resemblance)을 발견하게 되며, 이를 통해 하나의 위대한 이상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 다른 형태로 계승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17세기 초, 30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유럽이 깊은 혼란과 분열에 빠져 있던 시기에 시작됩니다. 바로 그때, 저자 미상의 세 편의 작은 책자들이 독일에서 출판되어 유럽 지성계 전체를 거대한 흥분과 논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습니다. 1614년에 출간된 첫 번째 문서, 『파마 프라테르니타티스, Fama Fraternitatis』, 즉 '형제단의 명성'은, 'C.R.C.'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진 전설적인 인물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 (Christian Rosenkreuz)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14세기에 동방을 여행하며 연금술과 카발라, 그리고 마법의 비밀을 모두 전수받은 위대한 현자였습니다. 그의 사후 120년이 지난 뒤, 후대의 형제들이 그의 완벽하게 보존된 지하 묘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은 우주의 모든 지식이 담긴 책들과 상징들로 가득 찬, 하나의 완벽한 소우주였습니다. 이 문서는 바로 이 로젠크로이츠의 지혜를 이어받은 비밀의 형제단이 존재하며, 그들이 인류의 모든 학문과 종교, 그리고 예술을 하나로 통합하여 세상을 개혁할 준비가 되었음을 선포하는, 세상을 향한 일종의 선언문이었습니다.
이듬해 출간된 『고백서, Confessio Fraternitatis』는 이러한 주장을 더욱 구체화했으며, 1616년의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의 화학적 결혼, The Chymical Wedding of Christian Rosenkreuz』은 7일간의 신비로운 의식을 통해 영혼이 정화되고 신과 합일하는 과정을 그린, 심오하고도 아름다운 연금술적 우화였습니다. 이 세 편의 문서는 유럽 사회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수많은 지식인과 철학자들이 이 '보이지 않는 형제단'에 합류하기를 열망하는 글을 썼지만, 정작 그 누구도 장미십자회원을 직접 만났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안개처럼 나타나 세상을 향해 위대한 이상을 속삭인 뒤,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 '유령과도 같은 형제단'이었습니다.
바로 이 장미십자회의 '꿈' 속에서, 우리는 약 100년 뒤에 나타날 사변적 프리메이슨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세상을 개혁하기 위해 비밀리에 활동하는, 국경을 초월한 '보이지 않는 대학(Invisible College)'이라는 개념은 프리메이슨이 추구했던 이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둘째, 『화학적 결혼』이 묘사한 영혼의 변성 과정, 즉 영적 연금술은, 프리메이슨이 거친 돌을 완벽한 돌로 다듬는 자기계발의 철학과 그 본질을 같이 합니다.
셋째, 로젠크로이츠의 비밀 묘실이 '죽음'과 '재탄생'을 통해 새로운 지혜를 얻는 입문의 공간으로 묘사된 것은, 프리메이슨의 제3등급 의식에서 히람 아비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잃어버린 말씀'을 찾아가는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상적 연결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그 해답은 엘리아스 애쉬몰(Elias Ashmole)과 같은 17세기 인물들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당대의 저명한 골동품 수집가이자 연금술사였으며, 장미십자회 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1646년에 프리메이슨 로지에 입회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최초의 사변적 프리메이슨 중 한 명이었습니다. 바로 애쉬몰과 같은 인물들이, 당시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장미십자회의 이상과 헤르메스주의의 철학을, 이미 존재하고 있던 석공 길드의 로지라는 조직적 틀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사상적 다리'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교류의 가장 명백한 증거는, 오늘날 스코티쉬 라이트의 제18등급인 '장미 십자가의 기사 (Knight of the Rose Croix)'라는 등급의 존재입니다. 이 등급은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장미와 십자가, 그리고 자신의 심장을 쪼아 그 피로 새끼들을 먹이는 펠리컨과 같은 장미십자회의 핵심 상징들을 그대로 차용하여, 기독교적 신비주의와 연금술적 구원의 철학을 가르칩니다. 이것은 프리메이슨이 의식적으로 장미십자회를 자신들의 중요한 영적 조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사상적 유산을 계승하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17세기의 장미십자회 운동이 실재하는 조직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몇몇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문학적 상징 운동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들이 유럽의 지성계에 뿌려놓은 '보이지 않는 현자들의 형제단'이라는 꿈과 이상은, 사람들 마음속에 하나의 거대한 갈망과 기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약 한 세기 뒤, 사변적 프리메이슨은 바로 그 비어있던 자리로 걸어 들어와, 장미십자회의 '꿈'에 로지라는 '현실의 육체'를 부여하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대학'을 전 세계적인 '보이는 조직'으로 만들어낸 위대한 후계자였던 것입니다. 장미십자회가 새로운 시대의 청사진을 그린 보이지 않는 건축가였다면, 프리메이슨은 바로 그 청사진을 손에 들고 인류라는 이름의 위대한 성전을 짓기 시작한 충실한 건축가들이었습니다.
6.4 연금술과 영적 변형의 상징
만약 헤르메스주의가 우주의 청사진을, 카발라가 영혼의 지도를, 그리고 장미십자회가 사회 개혁의 꿈을 프리메이슨에게 선물했다면, 연금술 (Alchemy)은 이 모든 위대한 이상을 한 개인의 삶 속에서 실현해 낼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역동적인 '작업의 과정' 그 자체를 선물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연금술이라는 단어는 값싼 납으로 황금을 만들려 했던,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유사 과학의 이미지로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연금술의 대가들에게, 물질적인 황금을 만드는 것은 그들의 위대한 기술, 즉 '왕의 예술 (Ars Regia)'의 가장 낮은 단계의 목표이거나, 혹은 내적인 변성을 상징하기 위한 하나의 눈가림용 비유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실험실의 플라스크 안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영혼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벌어지는 심오한 변성이었습니다.
연금술의 핵심은 바로 변성 (Transmutation)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우주의 모든 만물이 단일한 원초 물질, 즉 프리마 마테리아 (Prima Materia)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가장 비천하고 무거운 금속인 납 (Lead) 역시, 올바른 과정을 거치기만 한다면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금속인 금 (Gold)으로 변성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확고한 신념이었습니다. 바로 이 위대한 비유가 프리메이슨의 철학적 심장부와 정확하게 공명합니다. 프리메이슨의 가르침 속에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불완전하고 무지하며, 세속적 욕망이라는 무게에 짓눌린 영혼, 즉 연금술의 납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의 로지는 바로 이 영적인 납을, 지혜와 덕성으로 빛나는 순수한 금과 같은 존재로 변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영적 실험실이 됩니다. 우리가 이미 여러 번 마주했던 거친 돌을 완벽한 돌로 다듬는 과정은, 바로 이 연금술적 변성의 과정을 건축의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위대한 변성의 과정, 즉 '위대한 작업 (Magnum Opus, 마그눔 오푸스)'은 결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연금술사들은 이 과정이 크게 세 단계의 색깔 변화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가르쳤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니그레도 (Nigredo), 즉 흑화(黑化) 단계입니다. 이것은 원재료가 용광로 속에서 부패하고 분해되어, 새까만 죽음의 상태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이 어둠 속에서 기존의 낡은 형태는 완전히 파괴되어야만, 새로운 탄생을 위한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 단계는 프리메이슨의 입문자가 눈이 가려진 채 자신의 유한함과 무지를 고백하는 어둠의 상태, 혹은 제3등급 의식에서 장인 히람 아비프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체험하는 과정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자신의 낡은 자아가 죽지 않고서는, 결코 새로운 영적 탄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두 지혜 전통의 공통된 가르침입니다.
이 죽음과 부패의 어둠을 통과한 물질은, 다음으로 알베도 (Albedo), 즉 백화(白化) 단계에 이릅니다. 이것은 불순물이 모두 타버리고 순수한 본질만이 남아, 마치 달빛처럼 하얗게 빛나는 정화(淨化)의 단계입니다. 프리메이슨의 가르침 속에서, 이는 직인 (Fellow Craft)의 단계에 해당하며, 이성과 학문이라는 맑은 물로 자신의 영혼을 씻어내고, 일곱 가지 인문 교양을 통해 지성의 빛을 밝히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영혼은 마지막 단계인 루베도 (Rubedo), 즉 적화(赤化)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는 순백의 영혼이 마침내 신성한 사랑의 불꽃과 결합하여, 마치 떠오르는 태양처럼 붉게 빛나는 완성을 이루는 단계입니다. 연금술에서는 이 단계에서 바로 그 유명한 '현자의 돌 (Philosopher's Stone)'이 탄생한다고 믿었습니다. 이 돌은 모든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고, 모든 병을 치유하며,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궁극의 물질입니다. 프리메이슨의 여정 속에서 이는 마침내 잃어버린 말씀 (The Lost Word), 즉 신성한 진리를 되찾고 '우주의 위대한 건축가'와 합일하는 장인 석공 (Master Mason)의 단계를 상징합니다.
이 모든 변성의 과정을 관통하는 연금술의 핵심적인 좌우명은 바로 '솔베 에트 코아굴라 (Solve et Coagula)', 즉 "분해하고, 결합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프리메이슨이 상징적인 작업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들은 망치와 끌로 자신의 악덕과 편견을 분해하고(Solve), 직각자와 컴퍼스를 사용하여 그 자리에 미덕과 지혜를 새롭게 결합시키는(Coagula) 것입니다. 이처럼 연금술과 프리메이슨은 서로 다른 언어와 상징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은 자기 변성이라는 동일한 '왕의 예술'을 수행하는 영적인 형제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화학적 비유를 통해, 다른 하나는 건축적 비유를 통해, 바로 우리 자신의 불완전한 영혼이야말로 '위대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진정한 실험실이자 성전임을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