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까지는 아녀도 이곳은 싫다.
문명이 당연해서 일부러 미개한 구석을 찾는다.
모퉁이 돌면 아직 새벽인데
발광하는 네온등 덕에 밤낮 구분이 없다.
사람은 좋은데 믿음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세월은 너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고
실망을 불러오고서는 애증이란 포장으로
애써 널 감싸고돌았다.
우뚝 솟은 콘크리트 벽과 마주한 창은
밤을 가리켰고 좀처럼 시간을 일러주지 않았다.
계절은 도는데 죽은 시곗바늘처럼 멈춰 서서
줄곧 이곳에 서 있었다.
걸음은 걸었지만 목적지는 없었다.
바람은 구름을 부추겨 비를 재촉했고
명확하지 않았던 계절의 경계를 알렸다.
그렇게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