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스럽기만 한 초짜적 질문 앞에서
회사에 다닐 때는 글을 쓰지를 못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내가 뭘 쓰고 싶은지를 끊김 없이 생각하지 못했었다.
소설이 쓰고 싶은 건지, 에세이가 쓰고 싶은 건지, 누구에게 쓰고 싶은 건지, 써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고민 같은 걸 못한 채, 이런 게 좋겠다며 몇 개의 노트에 쭉쭉 아이디어 식으로 써 놨을 뿐이다.
어느 날은 신기한 꿈이야기를 적기도 하고, 재미있는 글귀나 신박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과 장면을 잊지 않기 위해 또 막 적어둔다.
지금은 휴직 중이니 읽어보자 하며 그 노트를 펼쳤는데, 느낌은 고사하고 무슨 글자인지도 알아볼 수가 없다.
휴직을 시작한 초반에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 책에 관한 글들을 썼는데 중간중간 광고가 삽입되면서 내가 쓴 글인데 글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아니 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블로그에 약간 마음이 상했었더랬다.
에라 모르겠다 집에서 쉬면서 몇 푼이라도 벌자는 마음으로 이번엔 티스토리에 도전했다.
나름 전문적인 이야기도 쓸 수 있다고 하니 블로그와 좀 다를까 싶었는데 웬걸.. 애드센스 승인을 받는데 2번이나 실패했을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은 챗GPT를 통해 생성한 글을 약간 편집해서 티스토리에 게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이후로 나는 티스토리에 약간 배신감이 들었다.
바로 출판이나 셀프 책 출판이 가능한 방법들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는 집에서 MS워드를 켜고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독자 같은 생각 안 했다. 그저 내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문자로 나열해 대는 작업을 했다. 나는 어느 순간 내 책이 출판되고 사람들이 '오옹??' 하며 읽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걸 누가 읽니?"
나는 솔직히 내 글의 '독자'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라면 내 아깝고 귀한 시간을 들여 이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매일 쓰는 일기랑 뭐가 다르냐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광고가 삽입되지도 않고, 특별한 제한도 없는 이 플랫폼에 들어가서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그간 써둔 글들이 있어 브런치 작가 승인은 쉽게 통과했다.
문학과 영화, 시를 통해 내가 느끼는 것들(통찰력이라고 하면 좀 부끄러운데 이와 유사한 적절한 말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을 써 내려가기로 했다.
이렇게 3개의 브런치 북이 만들어졌고, 내 일상을 담은 브런치 북 1개도 추가로 연재하고 있는 중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중얼중얼
-소설을 읽으며 중얼중얼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
-잠시 전업주부가 된 회사원
미천한 내 글을 읽고 라이킷 해 주는 분들이 적게나마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나 역시 다양한 사연을 글로 풀어내는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낀다.
이제 4개의 브런치 북을 1주일 단위로 연재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회사에서 매일 일하는 것처럼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가고 난 후에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물론 회사의 일 보다는 마음이 한결 편하고 즐겁다)
글을 쓰기 위해 내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고 나름 기승전결을 고민하고 적절한 단어들을 찾아 써 보고,
혹시 아둔한 내 문장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상처받거나 마음 상하는 독자가 생기지 않도록 쓴 글을 읽고 수정하고 또 읽고 수정한다.
최소 3~4일 전에는 글을 써 두고, 연재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 몇 차례 반복해서 읽는다.
신기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 쓴 글 보다 나아지는 느낌이다.
자만의 상태에서 점점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
글을 쓴다는 건 참 특별하고 신기한 경험인 것 같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구독자가 더 늘지 않는 이유가 뭘까에 생각이 가기 시작했고,
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야 하나 하며 브런치 구독자 늘리는 법을 네이버에 검색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분들의 글들을 많이 읽어 보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특별한 주제, 정보가 있어야 되나 보다 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러운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다.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되는 건가(물론 더 잘 쓰려고, 더 잘 읽히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이 클릭해 보고 싶은 글, 여기저기 정보를 취합한 글을 쓰면 되는 건가 말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갑자기 이런 내가 부끄러워진다.
글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담기는 거 같은데 이런 고민을 쓰고 있다는 게 낯 뜨거워졌다.
그래서 오늘은 그만.
좀 더 나 다운 글쓰기에 대해서 차분차분히 생각해 보지 뭐.
그래도 내 평생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잠시 멈춤의 시간이 주어진 지금이,
글쓰기 고민을 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생각 들어 다시 한번 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