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이제야 듣게 된 자연의 경고

우리가 외면해 온 침묵은, 사실 경고였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집중력을 잃어가는 이유를 개인의 나약함으로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는 집중력 상실의 책임이 개인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구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 더 많은 노동력과 광고 수익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변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빼앗아 온 존재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루이스 세풀베다의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는 ‘빼앗긴 존재’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인간을 향한 응원이 분노로


바다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달빛 향유고래는 새롭게 등장한 존재, 인간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작은 배를 타고 해안가를 맴도는 인간들은 고래의 응원에 보답하듯 점차 먼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고래는 바다 위에서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두 척의 배를 목격합니다. 인간들의 인사 방식이 궁금했던 고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곧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 척의 배는 불타오르며 침몰합니다. 고래는 불쾌함을 느낍니다. 이어서 고래는 인간의 공격으로 상처 입은 또 다른 고래를 마주합니다. 인간은 마침내 고래 안에서 자신들이 두려워하던 어둠을 밝힐 불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제 고래는 인간을 더 이상 응원하지 않습니다. 고래에게 인간은, 맞서 싸워야 할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불타는 배를 바라보는 고래의 눈




지구 생태계의 파괴자, 인간


지구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의 등장은 하나의 재앙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먹이사슬의 약육강식만이 지배하던 생태계는 인간이라는 예외적 존재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가축은 살려두고, 필요하지 않은 생명체는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렇게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에서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서, 인간이 지구 공동체에서 보인 오만함을 조용히 비판합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깁니다. 그러나 결국 인간 역시 지구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어쩌면 다른 생명체들은 인간의 이기심을 오랜 시간 그저 참아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단지 수용이 아닌 작은 경고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 그 인내를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며, 그 경고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간으로 인해 피해받는 지구 생태계



돌이키는 인간, 늦었지만 다행인 변화


물론 아직도 인간의 이기심이 우선되는 경우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더 넓은 생태계와 타자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복의 대상이었던 자연을 비로소 존중하고, 환경을 우선하는 삶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마침내 스스로의 잘못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깨달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 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만 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 자연을 정복하고자 했던 인간의 오만과 광기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작품입니다. 이야기 속 고래의 이름과, 인간의 탐욕에 맞서 싸우는 서사적 구조는 『모비 딕』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시선이 아닌, 고래의 기억으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에게 쫓기던 고래는 이제 인간을 향해 묻습니다.
“무엇을 위해 모두에게 상처를 주며 바다를 가로질러 달려왔느냐?”

이 질문은 단지 과거의 반성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되묻기이자, 외면해 온 질문에 귀 기울이라는 조용한 외침입니다. 어쩌면, 이 고래의 목소리는 우리가 가장 먼저 들어야 할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다음 글에서는 『모비 딕』을 통해, 자연을 정복하고자 했던 인간의 집착과 그 끝에 마주한 비극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책을 읽고, 삶을 사유하며,

언젠가 아들에게 전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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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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