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공정과 정당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

찡찡이 변호사의 판결 그 이후

by 선혜


법은 공정해야 한다.
사실과 증거로 판단하고,
감정은 배제한 채 결론을 내려야 한다.
나는 그 훈련을 오래 받아왔다.

그런데 어떤 날은
승소 판결문을 들고도 가슴이 먹먹하다.

의뢰인은 이겼다.
나는 법정에서 논리로 밀리지 않았고,
상대의 주장도 반박했고,
판사는 내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나 혼자
조용히 멈춰 있었다.

“정말 이게 정당한 결과였을까?”

내가 한 말이 맞긴 했지만,
상대의 사연이 떠오른다.
변론 중 스쳐지나간 그 사람의 표정,
조용히 눈물 삼키던 가족,
입술을 깨물며 법정을 떠나던 뒷모습..

나는 이긴 걸까?
아니면, 그냥 이기도록 훈련받은 걸까?

법은 공정함을 지키는 도구지만,
사람의 감정까지 구원하진 못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공정함만으로는
‘정당함’을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흔들린다.
법정에서 말할 땐 강하게 보이고,
돌아와서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잘한 일일까?”
“이기는 게 다일까?”
“누군가를 꺾어야만 정의인가?”

이 흔들림이 나를 약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 흔들림 덕분에
다음 사건에서 조금 더 조심해지고,
조금 더 들어보게 되고,
조금 더 단단해진다.


나는 오늘도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내가 사람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법보다 앞서
나 자신을 지키는 윤리의 감각이다.

나는 법정에 설 때마다,
“공정”만이 아니라
“정당함”도 지키고 싶다.

그게 나의 법률가 정신이고,
내 감정의 흔들림이 가르쳐준
진짜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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