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주를 외치다
랜딩비어를 아시나요?
- 노동주를 외치다 -
승무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단어!
랜.딩.비.어.
말 그대로, 랜딩 후 마시는 맥주다.
고된 비행을 마치고
후다닥 샤워를 끝내고
마시는 그 한 잔의 시원하고 달달한 맥주!
어느 날은 와인이,
어느 날은 맥주에
때론 소주 한 병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인다.
마음 맞는 동료나
오랜만에 만난 동기,
든든한 선배가 있다면
랜딩비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시간은 생명이다!
십 분 안에 샤워를 끝내고
에코백에 맛난 것들을 가득 넣는다.
호텔 방문을 열고 좌우를 조심스레 살핀다.
‘사무장님 마주치면 안되에..
나는 지금 잠옷에 슬리퍼라고...’
종종걸음으로 호다닥 뛰어가
누군가의 방을 ‘똑똑’.
혹은, 내 방문이 ‘똑똑’ 열리기도 한다.
완벽한 노메,
잠옷 입고, 얼굴은 이미 들뜬 상태이다. 히히히
누군가는 젖은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냉장고 문을 활짝 연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안주를 꺼내고,
룸서비스 버튼을 누른다.
손이 바빠진다. 마음도 바빠진다.
왠지 콩닥콩닥 심장 뛰는 소리도 나는 것 같다.
맥주를 따는 ‘치익’ 소리에
모두가 웃는다.
“아 오늘 00A 손님 진짜 너무해!! “
"으악. 나 아까 사이드 오더 스킵했다!! “
“야야 그거 내가 드렸어. 18A 제로 콕 맞지?”
하루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는
맥주 거품처럼 스르르 사라진다.
수다에 웃음이 걸쳐지고
광대가 아플 정도로 웃다 보면
시간은 스르르 새벽으로 흐른다.
그리고…
혼자여도 좋다.
집에서부터 조용히 챙겨 온
캔맥주 한 캔, 와인 미니어처,
집에서 먹다 남은 소주 반 병.
호텔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샤워 후 수건을 머리에 돌돌 말고
‘치익!’ 맥주 한 캔을 딴다.
라면 하나 끓이고, 유튜브 틀고.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이 작은 시간이
오늘의 나를 위로해 준다.
이게 바로…
육체 노동자의 노동주.
비행노동자의 작고 확실한 행복.
랜딩비어, 오늘도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