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야기 넷, 비에이
너 그거 알아?
하얀 세상의 실체는
세상의 어둠이 찾아온 후에야
비로소 선명해진다는 것을…
밝게 빛나는 날에는
그것이 온통 새하얗기에
당최 그 어디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
실은 그렇게 외로움을 의연히
‘괜찮은 척’ 감추고
살아가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하얀 풍경은 묘한 허기짐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외로움과 닮았는데.
상냥하지만 그리 친절하지는 않아.
아무렴 다치지 않아도,
공허해도 너무 공허한 것이잖아.
저기 멀리 외롭게 서 있는 것은...
모든 싱싱한 것들을 잃고, 앙상하게 마른 모습은
이 혹독한 겨울 살이를
겨우 버티고자 했던 우리의 힘든 지난날과 같던가.
굳세어라. 그리고 계속 버텨내라.
그럼 기어이 푸른 새 생명의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과연 희망이라 부를 수 있었을까?
아니, 만약 나의 인생이
이대로 영원의 겨울에서 벗어날 수없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데…
맥락 없는 이 슬픔에 빠졌다.
그때쯤, 낭랑한 목소리의
활기찬 가이드가 말을 걸어왔다.
“두 분이서 여행 오신 걸까요? 둘은 친구?!”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단아한 여성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당황하여 쭈뼛거렸다.
“아… 아니, 혼자 왔는데요..”
목소리가 저기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점점 작아졌다.
“아! 그러시구나아~ 혼자 여행!! 너무 좋죠!~!”
어색함이 대잔치로구나.
눈치 빠른 가이드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금세 가이드가 떠난 자리에 옆 좌석 여성분과 나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어색함을 지우려 애썼다.
그녀는 동남아시아계 여성인 것으로 기억한다.
남자친구가 한국인이고, 둘은 연인.
서울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단체 투어버스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좌석을 따로 배정받아,
각기 다른 버스에 탑승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꽤나 싹싹하고 한국어도 곧잘 했다.
그렇게 몇 마디 사연을 나누니,
외로움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작은 신맛 젤리를 나눠 먹었다.
옆 좌석 단아한 그 여성은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얼른 일어나
다른 버스에 탑승한 남자친구를 맞이하러 향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가는 저것이 청춘이려나.
그러고 보니,
이곳저곳에 커플들이 참 많기도 하구나…
헛헛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예쁜 꽃조각 같은 연인들은
나의 피사체가 되어 주었다.
예쁘구나, 예뻐.
그저 훈훈한 마음으로 그들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온 세상 하얗게 뒤덮어 버린
겨울이 가진 외로움을
그저 벗이라 여겨,
세상으로부터 이리저리 치여
달궈진 마음을 꺼내 식혔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여기 겨울, 눈의 나라에
뭔가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버리러 왔다는 것을 말이다.
by @kimbada4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