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에서 내가 바라본 것들

홋카이도 이야기 다섯, 비에이

by 김바다




이곳, 홋카이도에선

매서운 추위와

하얀 외로움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어쩐지 사랑하는 연인들은

시린 겨울 속에서도 훈훈한 꽃내음을 내뿜고 있었다.


그건 사랑이던가?...


마치 함박눈 쌓인 그곳에서

앙증맞게 피어난 샛노란 꽃처럼 말이야.


그들이 참 예쁘더라. 그래서 문득 떠올렸지.

지난날 내가 사랑했던 이들을…




비에이 투어에서 처음 도착한 곳은

[패치워크 로드]

하늘과 땅의 경계 없이,

모든 것이 새하얀 거대 쓰나미와 같아 보였다.

마주 서 있으면 마치 그것이

나에게 밀려들어와 전부를 삼켜버릴 듯한

숨 막히는 압도감에 주춤 몸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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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새하얀 것은

평온과 안정의 상징일 것일테지만,

반대로 공포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껴,

그것에 대해 무서운 상상을 해버렸다.


그것은 참으로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거대함.


하지만 저리로 달려드는 이를

너무나도 작은 존재, 미니어처로

만들어버릴 만큼 대단하였지.

어쩐지 주눅이 들고 아찔한 감정마저 들게 했다.



근데, 말이야.

사랑이란 감정은
이 세계 속에서도 참으로 위대한 거였더라.



설원 위에서 너무나 예쁜 감정을 나누던

아름다운 연인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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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를 바라던 사랑이 뜨거워

하얀 거대함 따위는 이내 무시되고 말았다.

그것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 버렸지.


나는 그 상상이 너무 우스워,

그들을 찍던 셔터 뒤로

입꼬리가 잔뜩 씰룩거렸다.


아늑한 저 겨울날로부터,
같은 마음으로 함께할 이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그것만을 바라던 마음은 아니었네.
혼자라 쓸쓸하던 허전함이 아니라,
스스로 지쳐 만든 외로움이었다면...

그 누군들 있어, 그 마음이 고쳐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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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렀던 [패치워크 로드]를 떠나

비에이의 상징이 된

[크리스마스트리 명소]로 향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쭉 창밖의 설원 풍경에 매료되어 있었다.

창문 하나를 두고, 그것은 마치 명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눈이 즐거웠다.


그중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앙증맞게 모여 있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는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 드라마는

이도우 작가님의 소설이 원작이다.


나는 홋카이도 사진을 보며 글을 쓰다가

그 이야기가 그리워,

소설책을 냉큼 다시 꺼내 읽었다.


그건 말이야,

사진 속 홋카이도에 그 드라마 속 혜원이와 은섭이

저 작은 마을에 꼭 살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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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펼치자,

이야기 속 ‘혜천읍 북현리’

홋카이도의 겨울 사진과 마주 보고 있다.

괜스레 반가워서 웃음이 나버렸다.


혜원의 집 호두하우스가 수도관이 동파되어

얼음하우스가 되던 일,

눈 내리는 북현리 굿나잇 책방으로

은섭이와 따스한 사람들이 난롯가에 모여 앉자

온기 가득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모임.


그들의 크고 작은 아프고 애달픈 사연들,

그리고 사랑…

나는 글을 쓰다 말고 푹 빠져들어

근사하고 따스한 청년,

극 중 은섭에게 다시 한번 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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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bada4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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