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에이로 가던 길

홋카이도 이야기 셋, 비에이

by 김바다




삿포로에서의 둘째 날,

나는 새벽 일찍이 일어나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해야만 했어.


도심에서 떨어진 진짜 겨울 트리가 있던

‘비에이’라는 곳과

요정들의 숲 ‘닝구르 테라스를 보기 위해

일일 단체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이었지.


그건 하루 종일 투어버스를 타고

각 명소를 방문하던 일.

멋진 눈 풍경을 잘 담을 수 있는 카메라와

간식들을 야무지게 챙기고,

삿포로역 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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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삿포로역 북쪽 광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수많은 인파와 그에 걸맞은 수십 대의 버스가

어우러진 장관이었는데,

그것들이 대부분 여행자들의 투어버스였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예약해 둔 업체의 팻말을 얼른 찾아

무사히 버스에 탑승했다.

대개는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쌍을 이루고 있었지만,

나처럼 종종 혼자 여행하던 이도 있어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함께 버스를 탄 가이드는

목소리를 카랑카랑하게 분위기를 띄웠다.


사실 나는 그것에 걸맞은 반응을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몸을 반쯤 창가 쪽으로 돌려 앉아,

내내 눈이 쏟아지던 하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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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눈이 쌓인 도로를 달려,

“잠시 휴게소에 도착하겠습니다.”

나는 가이드의 안내에 나는 엥?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 왜 고속도로 휴게소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라고 착각했을까?

그것은 경험 없는 것으로 인한

무지에서 비롯된 인식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은

새롭고 진귀한 에피소드라고 여겼다.


새삼 들떠버려선

이곳저곳 휴게소를 구경하기도,

떼지어 들어가는 관광객들 사이에 합류하여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특산품과

귀여운 굿즈를 쇼핑했다.


그곳의 풍경도 한국과 다를 바 없이

분주하고 제법 복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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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귀여운 포뇨의

인간 진화 버전 장난감을 하나 쟁취했다.

그리고 삿포로의 특산품인

대게로 만든 라멘도 하나 사 보았다.


쇼핑한 물건이 담긴 봉지를 휘두르며

내심 신이 나선,

남몰래 키득키득 웃었다.


그 이후로는 엄청난 눈길을

하염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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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시간 정도 걸렸으나,

체감상으론 서너 시간 간것 같으니.

끝없는 창가의 하얀 풍경

한몫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덮인 세상을 계속 바라보고자 한다면,


세상의 시간이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되감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그곳에서 철저하게

혼자임을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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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bada4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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