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야기 둘, 삿포로
“얼른 날이 지기 전에 호텔로 갑시다!”
다시 무거운 캐리어를 둘둘 끌며,
나는 모스버거 햄버거 가게에서 나왔다.
호텔은 알고 보니
햄버거 가게 근처에 인접해 있었다.
후다닥 들어가 호텔 건물을
찾아 카운터를 찾았다.
이번 도미인 호텔은 두 건물이 분리되어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는 호텔이었다.
금세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와
번개의 속도로 짐을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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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홍~ 나는 애니 굿즈를 사기 위해
애니메이트나 돈키호테를 기대진 마음으로
노리고 있었다.
전투태세를 갖춘 겨울 장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히 방한에 대비한다.
여행은 이제 시작.
한국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쌓인 피로는
잠시 잊기로 해.
신나는 쇼핑이 곧 시작될 테니까 말이야.
삿포로는 무지하게 춥다고 했다.
추운 것은 질색이던 나는
완벽한 무장으로 내복은 물론,
상의는 5개까지 껴입고 다녔다.
그덕에 건물안으로 들어설때마다
땀범벅이 되었던 기억.
허나 "추운것보단 나아~"라며
하루 목욕을 세번씩 했던 여행지.
곧장 나온 삿포로의 도시는
사방이 어둠에 깔려,
한국보다 이른 까만 밤을 마주했다.
하지만 눈부신 상가와 각종 조명들 덕분에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연극 무대와 같았다.
삿포로의 스스키노는
연말의 크리스마스와 어쩐지 닮아 있다.
그곳에는 메인전광판
‘닛카 위스키’ 스웨덴 아저씨가 있었는데.
한 손에 위스키를 들고 그윽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밤의 화려한 불빛들과
“어서 오게~ 삿포로라네!!” 라며
반기는 게 아닌가.
마치 무대 속에 들어선
느낌이 들어 마음이 벅차올랐다.
고요한 눈의 나라의 반전,
그 화려한 불빛 도시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디선가 배우님이 나와
나른한 JAZZ를 불러줄 것만 같았던
영롱한 이 밤.
밤의 도시를 활개치고 다니던
근사한 12월의 밤
나는 가장 큰돈키호테와
애니메이트 삿포로점을 찾아 나섰다.
첫날부터 쇼핑을 해야 하는 이유로
이곳 삿포로에 머문 것이 도착한 날
단 하루뿐이었기에 말이지.
발은 마치 ‘소닉’처럼 몸을 날렵히
빛의 속도로 다니던 쇼핑을 마쳤다.
역시 모스버거 햄버거는 작았다.
쇼핑을 잔뜩 하고 나니, 금세 허기가 몰려와
무거운 쇼핑 짐을 들고
두리번 주변 아케이드 상가를 둘러보다,
작은 라멘집 하나를 발견하였다.
참깨 라멘? 응?
내가 아는 오뚝이 참깨라면 같은 건가...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일단 들어가 보자.
작은 김밥천국과 비슷한 다소 협소한 가게,
나는 티켓을 발매기에서 뽑고
지하철 표와 비슷하게 생긴 주문표를
점원에게 전달하였다.
이내 뜨끈한 참깨 라멘이 곧 나왔다.
돈키호테에서
득템 한 포뇨 인형들과 함께
뿌듯한 인증샷을 남기고,
묵직하고도 꾸덕한 국물의 라멘을
입에 후루룩 떠 넣었다.
헐...
이건 내가 아는 참깨라면 순한 맛이다.
된장 베이스였던가?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꾸덕하니 참 맛있었다.
후루룩 국물을 떠먹으니,
그 참깨의 쌉싸름한 끝맛이 마무리되었다.
익숙하고도 낯선 맛…
국물의 농도는
크림소스의 꾸덕함과도 비슷했는데
안성탕면에 계란을 마구 풀어 넣어
꾸덕해지는 맛과 흡사하다.
나는 추가로 주문한 쌀밥을
라멘 국물에 담가 먹었다.
‘이것은 한국이로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몸이 라멘 덕분에 훈훈히 데워졌다.
가게 밖으로 나오니 겨울의 서늘한 바람도
후끈해진 몸을 시원하게 식혀 주는
에어컨 바람처럼 느껴져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돈키호테에서
나의 사랑스러운 포뇨를
잔뜩 입양했다.
그것은 크기별로 있었는데,
너무나 귀여워 포뇨에게 물었다.
씩씩하게 양손 가득
나에게 주는 연말 선물 마냥 사 온 물건들을
잔뜩 들고 호텔로 향했다.
돌아온 호텔은 역시나 역시나 푸근해.
오.. 나의 집!
일본 여행때에는
체인 호텔인 ‘도미 인 호텔’을 자주 이용한다.
그건 이 호텔이 어느 체인이든 대욕장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매번 숙소로 선택했다.
쇼핑했던 짐을 배정받은 방에 두고,
세면도구와 수건을 챙겨 냉큼 대욕장으로 향했다.
뜨뜻한 온천이 더할 나위 없는 삿포로의 밤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라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온천에서 몸을 달군 후,
편의점에서 사온 푸딩을
한아름 입에 떠 넣으며,
“여기까지 오느라 오늘도 ...참 수고했네~”
혼자 중얼거렸다.
그랬다. 여행이란 건 어떤 각오로 왔든지,
어떤 고생을 했든지 간에
결국 그 한순간의 낯선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면...
모든 근심과 염려가 눈 녹듯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 속에 온전히 나만 남아
이 근사한 기분을 누리게 해 주었다.
그 누군가의 일상이
나에게 특별한 순간이었던
지난 삿포로 여행 첫째 날이었다.
참깨 된장라멘,
상당히 독특한 맛입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았답니다.
혹시, 겨울 삿포로로
떠나신다면 추천드려요.
by @kimbada4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