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꿈을 그리던 이야기

후쿠오카 이야기 넷, 야쿠인

by 김바다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후쿠오카의 한 작은 맨션에서

지내던 모습을 말이다.

그곳은 조용한 곳, 야쿠인.


예쁜 동네라기엔 그저 소박하니 담백하다.

거리 곳곳에 귀엽고 독특한 동네 카페들이

보물 찾기처럼 숨겨져 있고,

그 한적함 속에 여유가 가득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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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맨션에서 새벽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가벼운 동네 산책을 한다.

그리고 나면 작지만, 귀여운 부엌에서

아침을 만들었다.


부엌에서 코 닿을 거리에는

작은 거실 코타츠가 놓여 있다.

지난밤 읽던 만화책과

마시다만 츄하이 캔이 널브러져 있었다.


에휴~ 아침을 차려놓고 먹기 위해

지난밤의 흔적을 서둘러 정리한 후,

일본의 미소국과 한국식 햇반

그리고 구운 스팸을 차렸다.


코타츠에 앉아 조물조물 먹어 되던

가벼운 아침 식사가 시작되겠다.




작디작은 베란다에서부터 아침 햇살이

그윽하게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따뜻한 행복이 머무는,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아침을 누렸다.


이때쯤, ‘띠롱~’ 핸드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카에데상이려나…


일본에 거주할 때 모처럼 친구가 한 명 생겼다.

우연히 SNS에서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교류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중 그녀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우리는 종종 만나서 수다를 떨기 위해

작은 카페에서 함께 만났다.


그녀는 나보다 어렸지만 어른스러웠고,

다정하며 친절했다.

무엇보다도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더욱이 좋았다.


[바다 짱, 오늘 말이야!!
괜찮다면, 하카타의 디저트 카페에
같이 가지 않을래?]




오홋, 모처럼 오늘은 시내 탐방이려나~

옷장에서 사두고 입지 않았던 새 옷을 꺼낸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잠시 망설였다가,

어쩐지 자신감이 큰 소리를 냈다.


그렇게 튀어 오르듯 현관에서 밖으로 나선다면,

맨션 입구에서부터

고요의 동네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여기가 정말 일본이구나...'

라며 갑작스러운 환희가 밀려오곤 한다.


나는 그녀와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른

외출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하카타는 꽤 오랜만이라,

그곳의 중고 서점이나 피규어 상점을

다녀오고자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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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쇼핑에 발걸음을 가벼이

하카타역으로 이동해 쇼핑을 하고,

근처에 꽤 맛이 좋았던 식당으로 향한다.

그곳, 함바그 정식을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이내 나온 후쿠오카 함바그란...


생뚱맞게 나온 갈린 고기 덩어리에서

조금 떼어다 달군 미니 돌판에 구워

흰쌀밥과 함께 먹는 것인데,

약간 불고기와 스테이크의 중간 맛.


촉촉하니 이내 하얀 쌀밥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밥을 먹고 잠시 번화한 역 주변을

구경하고 있을 때쯤, 약속 시간에 맞춰

어여쁜 그녀가 저 멀리서 달려온다.


[바다 짱, 오랜만이야! 내가 좀 늦지 않았어?]


카랑카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아니야, 괜찮아! 난 먼저 와서 쇼핑 좀 했어.

그래서 좋았어.”




우리는 수다 보따리를 풀며

근처의 귀여운 디저트 카페로 향했다.

도착한 킷사텐은 고즈넉하여

아늑한 감성에 젖어들게 하였다.


나는 작은 치즈케이크와 향마저 우아한

드립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무수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행복이 피어오르던 시간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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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나온 후,

카에데상이 나의 쇼핑에 함께 동행해 주었다.

우리는 두 어깨가 묵직할 만큼 쇼핑을 해버렸다.


이제 저녁거리를 사서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어둠이 몰려오기 전에, 어서어서!


그녀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으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야쿠인에 있는 한 대형 마트로 향했다.




대형 마트에서는 스시 도시락을 꼭 사곤 했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매일 신선하게 유지되는 맛난 스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기에...

언제나 나의 든든한 베스트 메뉴였다.


마트에서 꼭 필요한 스시 도시락과

오늘 마실 생맥주 캔을 하나 사고

금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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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쇼핑거리로 두 팔이 묶여 버렸다.

맨션까지 가는 거리가 다소 멀어

지치기도 했지만,

붉은 노을이 “참 예쁜 하늘이네!”라며

잠시 위안을 받는다.


맨션으로 돌아온 나는

어쩐지 피곤해진 몸을 위해,

가장 먼저 욕조에 물을 데웠다.


그리고 거실 조명의 조도를 낮게 밝혔다.


코타츠 위에는

스시와 캔 맥주를 꺼내 놓는다.

"어제 읽다 만 만화책도 마저 볼까나아~"



식사 준비를 마친 후,

작은 욕조에 몸을 풍덩 던졌다.

따뜻하게 데워진 물은

몸의 온도를 높여주어 기분 좋은 나른함에

흐물흐물한 행복한 슬라임이 되어 버렸다.


한결 개운해진 후, 탕 속에서 탈출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저녁 만찬으로 다가간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훌훌 털어내고,

수건을 어깨에 두른 채

세상 가장 편한 차림으로 코타츠 앞에 앉았다.


눈앞에 펼쳐진 플라스틱 도시락 상자에 담긴

먹음직스러운 스시들이 예쁘게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자, 연어부터 갈까나! 홍홍~'

입안에 넣은 그것은 녹아내릴 듯

부드러운 연어가 톡 쏘는 고추냉이와

촘촘한 밥알이 어우러져 감칠맛까지 더한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받았다.


이어 연이어 콸콸 쏟아지는 생맥주로

목구멍이 짜릿하게 쓸어내리고,

“까아~” 하루의 끝을

잔뜩 만끽하리라 대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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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는
후쿠오카 '야쿠인'에 살고 있다.


이 모든 상상은 후쿠오카에서 시작되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삶을 여행처럼,

여행을 삶처럼 살아보는 것.

이는 그저 상상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이제 정말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질까나.’ 하고

기대진 마음으로 말이야.



언제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곧게 세운 각오와 낯선 용기로 이어진다.

수많은 바람으로 채워진 간절한 마음이

결국 길을 만들어 주는 법이지.


나 역시 마찬가지라네.


반짝이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여기며,

오늘 하루를 무던히 쌓아가는 중이야.


응, 맞아. 이것은 나의 후쿠오카 이야기라네.







당신에게도 먼 미래로 타임슬립하듯
꿈꾸는 상상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꿈이 도달할 목적지일지도 모르겠군요.


이로써 '후쿠오카의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다음 주의 두 번째 여행지는 '홋카이도'입니다.

아주 매서운 추위와 하얀 눈의 계절을
만끽하고 돌아오던 지난 12월의 여행기이지요.

우리 곧 만나요.

by @kimbada4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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