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이야기 둘, 오호리 공원과 모모치 해변
사랑하는 도쿄는
꽤 오래전부터 종종 다녀왔지만,
후쿠오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곳이었다.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함께 일본 여행을 계획하다가,
나는 후쿠오카라는 곳을 발견하였다.
“여기 어때? 사람들이 좋다고 해!
가깝고, 음식도 맛있대.”
[후쿠오카? 거기 시골 아니니?]
“아니던데? 찾아봤어!
가보고 싶은 곳도 있단 말이야! 여기 가자!!”
그렇게 떠난 여행이 후쿠오카의 처음이었다.
우리는 도착한 후쿠오카 공항에서 호텔까지
그리 멀지 않았고,
또 초행길이라 택시를 타기로 했었다.
그때만 해도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것에
처음이라 낯설었던 탓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택시를 타는 비용도 경비로 포함시켰다.
일본의 택시란 뭔가 고풍스럽다.
택시를 잡고 문 앞에 서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서면,
실내가 아기자기한 레이스로 장식된
아늑한 공간을 마주했다.
마치 오래된 킷사텐(일본의 다방)을 연상시켰다.
그렇게 여행도착과 함께
하얀 레이스의 예쁜 풍경이
로맨틱한 여행을 예고하는 것만 같아서
설레는 마음이 배가 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려,
남자친구의 손을 꼭 잡았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체크인을 한 뒤,
첫 일정으로 우리는 캐널시티를 방문했다.
회전 초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그곳의 분수 쇼를
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라면
굳이 찾아가 보지 않겠지만,
당시의 그것은 환상적인 물의 불꽃놀이.
튀어 오르는 물줄기 세례와 함께
각종 화려한 조명이 물에 색을 입히고,
스크린에 떠오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인공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떠들어 되었다.
왠지 이번 여행이 즐거울 것만 같아
서로를 번갈아 마주 보며,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그때 남자친구의 성향은 정확하지 않지만,
엄청난 계획형 J인간과 다름없었던 것 같다.
조사한 자료들이 빼곡하여
갈 곳의 일정으로 꽤나 바빴던 여행으로 기억된다.
'그래, 상당히 피곤했지...
지금이라면, 오.. 절대 안 해!!'
그러나 기억이란, 꽤 선명하게 그날에 추억을
아름다웠던 곳으로 남겨준다.
게 중 가장 애틋하게 기억에 머문
오호리 공원과 모모치 해변이었네.
오호리 공원. 둘째 날의 일정이었다.
오전에는 가벼운 쇼핑과 관광을 마치고 난 뒤,
이른 오후쯤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원은 매우 넓고 한적한 여유로움이 근사하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정원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조화스럽지 않아,
어디에서도 위화감이 없었다.
다만, 엄청 걸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쉼 없이 걷다 보면, 유일의 스타벅스를
만나 반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오아시스를 누릴 수 있었네.
그러다가 우연히 그 공원 안에서
고귀한 자태을 뽐내던 그 무언가가
유유히 걷고 있는 게 아닌가?
저것은 두루미인가, 황새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보다 더 사람 같아 보여
웃음이 피식 나버렸다.
이 도시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석양이 지기 전에,
서둘러 모모치 해변에 가자.
이름마저 얼마나 예쁜가?
마치 얼굴이 밝게스름한 핑크빛 여자아이가
품은 귀여운 해변일 것만 같지 않은가!
그 설렘이 너무나 풋풋하여
어느 풋사과도 부럽지 않을 기분이 든다.
우리는 걷고 또 걸어야만 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말없이 둘은 속도를 높였다.
겨우 해가 내려올 때에 바닷가에 다 달았다.
석양이 눈부시게
해변을 따스하게 물들였고,
나는 그것이 핑크빛 아이보다
더 성숙한 여인임을 깨달았다.
바람은 적당히 차가워
서둘러왔던 마음과 땀을 식히고,
여유로 가득한 계절 속에 있던
우리는 이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어
더 돈독해졌다.
투덜거림은 없고,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던
애틋함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때,
존재했던 사랑은 더 이상 없다.
남자친구와는 사소의 문제로 헤어졌으며,
모모치 해변에는 그 이후로 간 적이 없네.
사랑이란 그 얼마나 야속하던가...
마치 직녀가 견우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애절하게 그를 바랐었지만,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곧
그것은 너무 익숙해.
매일 먹어 너무 물려버린
좋아했던 요리와도 다름이 없어져버렸더라.
너무나 귀하게 여긴 마음도
너무나 쉽게 져버리기 쉬운 마음이 사랑이 아니던가.
나는 사랑을 더는 믿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이 고마웠던 사람,
늘 한결같이 이기적이었어서 미안했네. 친구
이 지나감이 내 후회와
그리움의 짙은 그림자가 아니라서
다행으로 여겨.
너와 예쁜 한 시절을 함께 했음에
그저 감사할 뿐.
후쿠오카 가깝고도 먼 나라지요.
어쩌면 재미난 것도 가득이던 곳이지만,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되던
지난 기억이 머무는 곳이기도 했네요.
당신의 후쿠오카에는 어떤 기억이 있나요?
by @kimbada4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