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낙오되어 버렸다면

홋카이도 이야기 일곱, 오타루

by 김바다





비에이에서 종일 보고 지냈다.

내내 투어버스를 타고 각지의 명소를 돌았다.


모든 일정이 끝나서

다시 삿포로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어쩐지 녹초가 되어 있었다.


흐물흐물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

삿포로 도시는

그저 냉랭한 겨울바람으로 차갑게 굴었다.

얄궂군, …


나는 재빨리 호텔로 돌아와 짐을 풀어 두고

호텔 대욕장으로 향했다.

그리곤 따뜻한 온천욕으로

하루의 고된 마무리를 서둘렀다.


‘ 아... 내일은 오타루_이던가?’


스크린샷 2025-11-23 오후 6.00.06.png



아침이 밝자 서둘러 오타루로 가기 위해

무거워진 캐리어를 챙기고

삿포로 호텔 체크아웃을 마쳤다.


드르륵드르륵,

캐리어 바퀴 소리가 고요한 삿포로 거리를 울렸다.


날이 맑아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지난밤 내린 눈이 땅에 얼어붙어

아이스링크라도 된 듯 거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간혹 얼음 웅덩이를 만나면 넘어질까,

걸음 속도를 늦추었다.


도착한 역에서 오타루행 전철 표를 발매하고,

이내 다가오는 전철에 올랐다.

30~40분쯤 가면 되는 곳이었다.

그다지 멀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스크린샷 2025-11-23 오후 5.53.12.png

짐을 몸 가까이 붙이고 앉아,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겨울 풍경을

잠시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전철이 정차했고,

모든 사람들이 내렸다. 방송이 울린다.


‘에? 종착역이라고?!!

여긴 오타루역이 아닌데요?’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져 낙오되고야 말았다..




스크린샷 2025-11-23 오후 5.52.39.png



아무래도 전철을 잘못 탄 것 같아,

인적이 거의 없는 역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이곳에는 역내 승무원조차 없던가?..

좌절의 늪에 빠져 진땀을 흘리고 말았다.


그때, 저기 한 여자분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달려가

조심스럽게 일본어로 말을 꺼냈다.


“아, 아노… 스미마셍!”



그 여자분은 알고 보니 나와 같은 한국인 여행자!

“아… 네?”

그녀는 내가 말을 걸자 당황한 듯 놀라버렸다.

그녀가 한국인임을 알고, 다시 물었다.

“한국 분이시구나!! 혹시 제가 오타루에 가는데

아무래도 전철을 잘못 탄 것 같아서요!”


그녀는 또 한 번 당황하였다.


아무래도 그녀도 나와 같은 처지인 것 같다.

정중히 인사치레를 했지만,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어 미안한 마음에

거리를 두고서 떨어졌다.

그러자 그녀는 이내 어디론가 휙 떠나버렸다.



스크린샷 2025-11-23 오후 5.52.50.png





나는 우선 생각해 보고자 했다.

‘어쩌지? 여기서 내려가서 승무원을 찾아볼까나?

아님 전철이 오면 다시 타봐?’


난감하기 그지없네.

이럴 때는 그저 바보가 되어버리고 만다.

멍하니 역 내 벤치에 앉아

“음… 오타루는 순탄치 않겠구나.”

라고 예견했다.


그때쯤, 한 중년 여성이 총총 걸어 들어섰다.

내 시야에 선 그녀가 너무 반가워서

캐리어는 내버려 두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 아노.. 스미마셍…”


“하이!”

아… 그녀는 일본인이다.!!

이런 일본에서 일본인을 만나는 게

이리 반가울 일인가..


그녀에게 조곤조곤 물었고,

오타루행 표도 함께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 전철을 다시 타면 된다고 전했다.

친절한 천사님이 다름없다.

전철이 들어올 때 손짓으로 타라고 일러주셨다.


천사는 분명 이렇게 생겼을 테지!

그녀의 상냥함에 반해버렸다.


낙오되어 떨어지는 순간

구원의 밧줄이라도 내게 내어주듯,

나는 그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40분이면 도착할 오타루역에

무려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스크린샷 2025-11-23 오후 5.53.22.png



오타루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치 애니메이션 '니모'의 물고기들이

줄지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청량한 바다 내음이 가득했던 오타루였다.








2일 머물렀던 오타루에서
유독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허실실 웃고야 말지만.
당시에는 내 나라, 내 집
그리도 그리워
눈물샘이 고장 난 듯 울음을 터트려버렸습니다.
그 사연 많던 겨울 항구도시
오타루의 이야기는 금요일에 계속됩니다.


by @kimbada4st
keyword
이전 10화그 시리던 기억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