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야기 여덣, 오타루
‘오타루’라는 생소했던 그곳의 이름은
마치 사람 이름 같기도 하다.
왠지 낡은 공방에서 오래전 만난 멋진 공예가.
늘 유리를 매만지며,
따스한 미소를 머금던 어느 사내.
설레었다. 마치 소개팅을 앞둔 어느 여성처럼.
좌충우돌 낙오자의 맛을 알싸하게 맛보고,
진땀 가득한 채 냉큼 향하였던
오타루의 호텔은
삿포로에서와 같은 체인 호텔이었다.
하지만 오타루 도미인 호텔은
분위기가 한층 더 고즈넉하여,
어쩐지 오래된 산장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짐을 카운터에 잠시 맡겨두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어디를 가든
하얀 눈으로 가득했다.
도시 언덕 끝에는 설산이 보였고,
맞은편에서는 까마득히 저 멀리, 건물 숲 사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바다 내음이 났다.
“우선! 밥이다.”
좋은 경치도 배고픔에 눈을 멀게 하니,
얼른 레이더망을 켜고 식당을 빨리 찾으려 했다.
한 블록 건너,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니 앙증맞은 카페와
작은 식당들이 보였다.
낯선 곳에 있는 식당은
왠지 모르게 잠시 망설임을 가지게 한다.
두리번, 이것이 최선인가?
나는 용기를 붙들고 조심스럽게
한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작디작은 식당에는
다소곳이 놓인 테이블 하나와 오픈 주방 앞,
그리고 이어진 바 테이블에
의자 서너 개가 줄지어 있었다.
중년의 부부로 보이는 사장님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나는 멀뚱 서 있다가
멋들어지게 흰 수염 면도 자국이 남겨진
남자 사장님의 손짓하에
바 테이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메뉴판을 받았다.
주방과 테이블석에서 보이는
냉장고 위쪽에 있는 작은 TV에서는
유쾌한 일본 방송이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식당은 온소바 우동을
주력 메뉴로 판매하는 곳이었다.
물론 덮밥이나 카레라이스 같은 요리도 있었지만,
추운 날 따뜻한 국물은 무조건이지! 라며
온소바 우동을 시켰다.
주문한 요리는 금세 나왔다.
실내 포장마차에서 먹던 우동을 생각하였으나,
면발은 라멘과 같았고,
국물은 간장의 감칠맛과 달큰한 맛이 어우러져
일본 특유의 센 간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국물이 짜릿하게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적당히 뜨거운 온도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같이 시켰던 유부초밥도 금세 한입 베어 물었다.
분명 뛰어난 맛은 아니었지만,
그 훈훈하고 정겨운 소박한 한 끼는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었다.
친절한 사장님 부부의 미소와 닮았다고 느껴졌다.
든든한 한 끼를 채우고,
오타루 운하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계절의 오타루 거리에는
따스한 햇빛이 모인 눈덩이를 반사하여
더할 나위 없이 도시를 빛내주었다.
얼음장을 쥐고 있어 손과 몸이 시렸지만,
내가 보는 모든 풍경들은
사람들이 오가며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때로는 거리에 쌓인 눈이 녹아 첨벙거리던 것이
그들이 뿜던 열기로 인해 녹아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훈훈해졌다.
큰 기대를 안고 도착한 오타루 운하는
전날 본 비에이에 비하면,
소박하게 느껴진다.
그저 건물 숲 사이로
녹지 않은 눈길을 따라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걸어가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기도 했고,
소리 없이 흐르던 냇물을 따라
흘러가듯 기약 없는 걸음을 이어갔다.
한참을 걸어
증기를 내뿜는 시계탑 앞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인파가 쏟아지는 거리 속에서
여기는 정말 관광지구임을
새삼 느끼며 감탄하였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나는 바다의 파도가 일렁이듯
내밀고 들어가는 틈을 따라
건물 속으로 흘러들었다.
아… 여기는
별을 달구어 만든 작은 조각들의 세상이려나.
사람들은 매서운 추위를 뚫고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러
각자의 세상에서 여기 모여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 누구나가 쫓던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은
전부 같은 색깔이었을까? 하고..
유리로 만든 공예품들이 가득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사로잡는다.
그것은 노랗고 빨갛던 것의 오색,
그 찬란한 빛의 조각들.
영롱하게 빛나기도,
조그마한 것들이 움직여서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계속 반짝이는 것들을 보자니,
옛날 잠들어 있던 동심의 기억을 마주하게 했다.
오래되어 낡은 목재 건물에
빛나 흐르던 오르골 소리처럼
마치 과거로 타임리프를 하게 하는 것 같았다.
과거의 추억 속에 잠시 머물다
다시 오타루의 차가운 거리로 내보내었다.
어쩐지 아쉬운 마음에 잠시 쉬어 가고자,
한적한 카페를 찾았다.
by @kimbada4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