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야기 여섯, 비에이
사랑이란 대체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대체로 잠시 달궈진 돌처럼
뜨거웠던 연애도 있고,
한없이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하던 아이돌 덕질도 있었다.
만화 속 멋진 캐릭터를
심장이 콩닥거리며 바라본
내 수많은 감정들도 사랑이었으려나…
그것을 뭐라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사랑, 그 마지막으로 향하는 길은
늘 한결같이 시렸던 마음이라는 것을.
연애도 덕질도 모두 그러했다.
늘 마지막은 고달파. 애처롭고 너무 쓸쓸해.
세상의 고독은 전부 나에게만 오잖아.
차갑고, 차가워 시리니까 견딜 수 없어.
그러니까! 녹이기 위해 눈물이 나는 거야.
내가 연애에 있어 방관자가 된 것은
다름 아닌
늘 마지막이 존재함을 알고,
그것이 두려웠던 탓일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서 있다는 것은,
가끔 얼음 대지 위에 우두커니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그건 굉장히 깊게 얼어 얼음돌이 된 것인지
아니, 아주 얄팍하게 살 얼어붙은 것이라
언제 무너질지 전혀 알 수가 없네.
망설임을 버리자.
가혹하게 만들었던 자책을 버리자.
누군가로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버리자.
그렇게 훌훌 여기 모든 것을 털어,
네가 자유로울 수 있다면이야.
그래, 그렇다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은
따뜻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한없이 기대어 바라게 되어버린 것은
엄청난 독이잖아.
그래서 있는 힘껏 마음을
다시 꽁꽁 얼려 버려.
아무도 들어오지 마!
내 세계의 진입 장벽을 높여,
그 누구도 얕보지 못하게…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인생에 있어 몇 번의
혹독한 겨울을 만난다고.
그렇게 그 시련은 상처가 되고,
이별은 고독을 겪게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혼자만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고.
상처 입은 자는 그렇게 스스로를 가둬 버린다.
그 시린 기억으로부터 해방감을 얻고자 했다.
그리고 단단해지고자 하는 각오를 찾고자 했다.
허나 그 과정들은 한편으론 씁쓸했네.
내가 잠시 멈춰 있어도
수많은 사람들은 계속 나아갔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설원과
그곳에 머물렀던 행복한 이들이
머릿속에 상영되었던 한 편의 필름처럼
잊히지 않았다.
이렇게 다녀온 비에이의 [탁신관 갤러리]는
오랜 세월의 비에이를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사진들은 아름다웠지만,
그 순간,
당시 내가 보던 모든 풍경이 그림만 같고
사진만 같은데…
내가 마주한 풍경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 대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헛헛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그곳 설경을 보여준 비에이로부터
나는 외로워 물었다.
도대체 이 외로움의 근원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러니 동요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저 스스로에게 자신 없던 마음 아니겠는가,
라고 말이다.
by @kimbada4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