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나의 런던

런던과 바르셀로나, 열

by 김바다




그 어린 시절 가졌던 아이의 마음은
변하는 게 아니야.

다만 세월을 건너
어른의 마음을 하나 더 가지게 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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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든 마켓(Camden Market)에서

패딩턴 곰을 마주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이곳 런던에서

패딩턴과 같은 신세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패딩턴은 이름 없는 작은 곰에 불과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알려주고,

빨간 모자를 전해준 탐험가를 만나기 위해서

도시 런던에 오게 된 것.


도착한 패딩턴 역에는

어린 작은 곰을 보살펴줄 사람이 없다.

상막하고 쓸쓸한 도시에 오갈 곳 없이

방황하던 찰나, 브라운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잠시 브라운 가족의 품에서

머물게 된 작은 곰은 패딩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나 역시 런던에 잠시 여행을 왔을 뿐이지만,

그 사이에 좌충우돌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

잠시 거리에 앉아 소호를 감상했다.

오가는 거리에 낯선이 들을 바라보았다.

꼭 내가 패딩턴 곰돌이로 둔갑하고 정처 없이

길 위에 놓여진 것을 상상했다.



정의감 가득한 이 패딩턴은 곤경에 처했을 때도

절망하는 법 없이 낙천적이라 뭐든 잘 이겨냈지만,

내 경우에는 다르다.


굉장히 좌절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아니, 이 런던 거리에서

“여기는 대체 어디야… 돌아갈래!”라며

펑펑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 툭하고 떨어져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적응의 노력을 해보기도 전에 포기했을지도.라고

상상하니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패딩턴 곰돌이, 너 참 대단한 놈이구나.
좀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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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생각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끔 하였다.



실은 너무나 나약하고 게으른 자여.
그 어려서, 꿈 많고 이루고 싶은 게
저기 하늘에 별만큼 한가득이었을 텐데.

그저 모든 꿈들을 몸이 커져,
세상의 진실을 알아버렸다고 치부하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단정 지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 누가 말하던가?

환상 속 마법의 나라도,

패딩턴의 꿈꾸던 도시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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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으려 들면, 없는 세상이고.
굳건히 존재한다 여기면, 보이지 않을 뿐.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이지 않겠는가.





나는 한동안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나는 대체 여기에 왜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물었다.

아니,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다시 고쳐 물었다.


그러게 말이네.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것을 하고 싶어 했더라?

왜 꿈을 포기했었지?


한때 뭐든 이룰 수 있는 마법사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있었던가?

환상이라 여겼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것이라 외면해 버렸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며.


꿈을 지우는 일은 색깔을

모두 지워버리는 일만 같았다.

그러니 내 주변의 모든 배경은 흑백 세상일 테지.

길고 무거운 한숨이 나지막하게 바닥에 누웠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으며

알록달록한 커다란 상점을 바라보았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만 같던가.

바로 M&M’S 스토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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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찬란 우스꽝스러우며 익살스러운

동그라미들이 눈, 코, 입 그리고 팔과 다리를

달고 있다.


한참 동안 큰 상점을 돌아다니며,

동심 가득한 마음을 잔뜩 꺼내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아, 진짜 미쳤나 봐! 귀여워엇!”

눈치 없이 혼잣말도 꺼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른 귀여운 아이템 몇 가지와

초콜릿 하나를 얼른 사들고 나섰다.


기분이 금세 좋아져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M&M 초콜릿을 하나 까먹었는데. 달달하니

하루의 피로쯤은 저 멀리 사라지는 듯했다.

마치 더 놀고 싶은 아이처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그런 거였다.

우리는 세월을 먹고 자라 어릴 적 꿈도 모두 지우고,

스스로에게서 모든 색깔을 지워버려 변질된 것이라

여겼지만. 실은 변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알록달록하던 것을 두고,

어른의 명도 진한 잿빛 마음을

하나 더 얻게 되었을 뿐.


정말 그렇다면...

작아진 동심의 마음을 다시 찾아

키워보면 어떨까. 져버린 나의 지난 환상의 꿈도

다시 이루어질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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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의 런던에 반짝이를 뿌려
근사한 나의 도시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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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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