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가 만난 패딩턴의 나라

런던과 바르셀로나, 아홉

by 김바다





친구, 나는 있잖아.

런던의 도시라면,

단연 해리 포터가 가장 먼저 떠올리곤 했어.


해리 포터 이야기에서

킹스 크로스 역 9와 3/4 승강장은

정말이지, 내게는 딱

그 런던의 이미지 그 자체였거든.


하지만 런던에 머무는 동안 해리 포터를

보기란 쉽지 않고,

온통 영화 ‘패딩턴’ 그 앙증맞은 곰돌이들로

가득하더라는 거야.



곰돌이 그 녀석, 패딩턴은
런던에게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던 걸.
스크린샷 2026-01-09 오전 5.02.44.png



런던에서 가장 자주 만난 것은

다름 아닌 패딩턴 작은 곰이었다.


빨간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한참 동안 빗지 않은 푸석한 털을 가진 곰돌이였다.

지난날 보았던 영화 ‘패딩턴’의 히로인이었던가.


그것은 호텔을 나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찬란한 런던 거리 위의

빨간 2층 버스에서도.

좀좀따리 길가에 즐비했던 작은 소품 가게에서도

앙증맞은 녀석을 흔히 발견할 수 있었는데,

“왜 기대했던 해리 포터는 없고, 너만 잔뜩이야?!”

라며 심통이 나기도 했다.



스크린샷 2026-01-09 오전 5.03.14.png



나는 그 언제나 영국에 간다면

역시 해리 포터지! 라며, 기대를 품었다.

헌데… 꽁꽁 숨어버린 게야?

어쩜 이렇게 보기가 어려운지...


결국 직접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킹스크로스역(King's Cross Station)으로 가고자 했다.


그래! 반드시 이번 여행 중에는

꼭 한 번은 해리 포터를 만나야겠어!



내가 사랑하는 해리 포터의 이야기 중,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향할 때

킹스 크로스 역을 꼭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실존하는 런던의 킹스 크로스 역으로 향했다.


스크린샷 2026-01-09 오전 4.57.34.png



물론 가상의 설정이었겠지만,

이야기 속 그 유명한

9와 4분의 3 플랫폼(Platform 9¾)도

이 역에 위치해 있다. 정말 벽 속으로 뛰어들면

마치 호그와트 마법 세계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아

킹스크로스 역에 도착했을 당시 매우 흥분되었다.


엄청난 크기와 덩치를 자랑하는 거대한 역은

안으로 들어서자,

그에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넓고 방대한 공간 안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같은 길을 맴돌던 끝에

비로소 해리포터 기념품 샵이 나타났다.

그의 유명세에 걸맞게 사람들이

작은 기념품 가게에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나는 지난날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굿즈샵을 떠올렸다.

그곳보다 작고, 굿즈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몇 가지 상품을 고른 후 결제할 때

트레블페이 카드가 먹통이라 꽤나 애를 먹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는 버벅거렸고,

점원은 따분한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스크린샷 2026-01-09 오전 5.03.27.png




구매한 작은 소품을 들고 지치고 무거워진 마음에

역내 카페에 들어섰다.


마음이 적적하고 피로가 엄습할 때에는

역시 디저트를 대신할 것이 있던가.

카페라테와 크루아상을 시켜 구석진 테이블에 앉았다.


애석하게도 마음이 씁쓸했다.




나의 해리 포터는
역시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아.


내 판타지가 부정당하던 순간,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없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과 같았다.


차가운 도시의 낭떠러지에 내동댕이쳐진 듯하다.

“하… 아, 이건 좀… 슬프네.”


그렇게 꾸역꾸역 런던에서 시간들을 보낼 즈음,

가끔 흥미를 돋우던 일은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는 일이었다.


런던의 물가는 웅장한 건물들처럼 대단하다.

작은 식당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판을 펼쳐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게다가 그 맛은 한 번 더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 비쌌고, 맛도 별로였다.

기대치가 높았던 탓이라고 해두겠다.


반면, 마트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나 과일은

식당가의 물가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또한 저녁 무렵에 할인을 하고 있어서

혼자 마트에 구경 삼아 자주 다녀오곤 했다.





스크린샷 2026-01-09 오전 5.03.39.png





그곳의 샌드위치

내가 가장 즐겨 먹던 런던 음식이 되어 있었다.



마음에 들었던 피카딜리 쪽

테스코 익스프레스(Tesco Express)는 자주 가니,

어느 남자 점원이 나를 기억해

반가운 눈인사를 건넸다.


부담스러웠다.

어색한 눈웃음으로 친근함에 응답했다.


‘다음에는 다른 곳에 가야 할까나’ 고민하다가

후다닥 진열대에서 샌드위치를 골라 이내 나와 버렸다.

그렇게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트라팔가 광장으로 다시 걸어 들어설 때,

꽤나 익숙해진 기분 탓에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스크린샷 2026-01-09 오전 5.03.50.png




잠시 멈춰 서서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구나, 라며

런던 첫날의 괴리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keyword
화, 금 연재
이전 23화오래된 것에 대한 비범함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