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바르셀로나, 여덟
캠든 타운의 거리는
유쾌하고 익살스럽기도 하다.
익숙한 캐주얼 브랜드 매장이나
다양한 길거리 디저트를 팔던 가게들이
즐비했지만.
역시 영국을 대표하는 귀여운 소품들과
해리포터, 패딩턴 곰을 잔뜩 마주할 수 있어
나는 “귀여워, 귀여워”를 연발하는
한국인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상점을 품은 건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을 뽐냈다.
모던 시크하기도,
파스텔로 여린 소녀 감성을 지니기도.
한편 눈부신 그래피티로
힙한 옷을 입은 건물들은
거대 미술 전시회장을 연상시켰다.
오늘날 내가 알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건물들로 둔갑하여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참으로 즐겁고 재미진 길이었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청량한 내천이 흐르는 벽돌과 무심한 철재로
쌓인 다리를 만났다. 그리고 눈앞에 빈티지 가득한 캠든 마켓이 나타났다.
마켓 건물 내에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잡화, 간식, 의류 쇼핑 거리가 한가득인데,
일본의 돈키호테나 빌리지 뱅가드와 같은 상점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귀여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던 나에게
빈티지한 오래된 중고 물품은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잔뜩 꺼내 들려주었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상품들은
어린 시절 꽁꽁 숨겨 두었던 동화책을 꺼내 보던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작은 상점들 사이로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소리 없는 온화한 선율처럼 흘러내렸다.
그곳에 모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즐거움과 사랑스러움을 구입했다.
나는 작은 뜨개 가방과 바디 용품을 하나 샀다.
그리고 패딩 던 곰의 마그넷도 하나 골랐다.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이곳의 사람들과 풍경들을 구경했다.
평화로운 이곳에는 귀여운 소녀들이 머물렀고,
꽤 진지하게 개성을 말하는 젊은이들의
즐거운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켓에서 나와, 쉴 새 없이 걷느라
지쳐 부어오른 발에 통증이 느껴졌다.
한풀 꺾인 호기심 대장은
어깨가 축 늘어져 더 이상의 움직임을 거부한다.
아… 잠시 쉬어볼까나?
내천이 보이는 작은 카페를 찾았다.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나를 받아 들고
한적한 테이블에 앉았다.
묵직한 짐을 내려놓고
달디 단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것은 부드럽고 차갑게
금세 농도가 높은 액체가 되어
노도로 타고 흘러내렸다. 아찔하고 달콤한 맛이
느슨해진 피로를 달래주었다.
그제서야 눈앞에
파스텔 하늘빛 하늘에
솜이불처럼 흐르던 구름과
숲을 이루는 듯한
청량한 초록빛의 작은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과 냇가의 경계에
사람들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건물들이
층층이 둘러싸인 것을 보았다.
무수한 세월의 흔적이 녹슬기도 하고,
낡아 볼품없어지기도 했건만.
왠지 새로운 것보다 더 비범하게 느껴져
잠시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머무르고 있는 그곳 여행지에서
내가 살아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일상 속의 고마움도 배웠다.
그래, 이만하면 괜찮은 거 아니니?
무언가를 바라보고, 생각하며 느낄 수 있고.
이 모든 경험을 토대로 기억을 층층이 쌓아 올려
계속 나아간다면...
새로운 내 세계를 증축하는 일이 될 거야.
그러니 너무 좋을 것도,
정말 나쁠 것도 없는 것이야.
다 지나가면, 한낮의 천조각처럼 가벼워질 것이니.
그럼 넝마주이 모아 새로운 시작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