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에 대한 비범함 [上]

런던과 바르셀로나, 일곱

by 김바다





산다는 게 참 그러하다.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방향에도
그 언제나 나의 오랜 역사가 영향을 미친다.

덕질을 위해 잡았던 카메라로 남긴 사진들은
내 글쓰기의 새로운 방향이 되어주었고.
여러 과거의 경험들이
더 확장된 상상을 도모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새로운 향해보다
오래된 것이 더욱이 비범하다.
낯선 곳에서 내가 마주했던
이전의 기억으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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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보낸 날들은

그다지 꿈만 같이 황홀한 경험은 되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해리 포터는 없고,

낯선 이들의 경계 가득한 시선과

그림 같은 아름다운 배경 속에는

왠지 모를 우울감이 잔잔히 타고 흘렀다.


게다가 몹쓸 날씨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한숨만 길게 이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버킹엄 궁전을 보러 가길 원하셨다.


나는 심드렁했다.

영국의 근엄하게 서 있는 품위 있는

건물들을 줄곧 봐왔고 평소 유적지나 유명 관광지에

관심이 없던 탓에 점점 따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저, 실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요...

따로 다녀와도 될까요?”라고 의사를 여쭙자,


“그래, 알겠어! 다녀와.”라며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러하여 온전히 하루를

혼자 런던을 누비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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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혼자 하는 여행은 내게는 꽤 익숙한 일이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도 즐겁고 좋지만,

오랜 시간 늘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사실 피곤하고 답답하기까지 느껴졌다.



그러니 홀로 나서던 발걸음에

자유의 날개를 단 신발을 꺼내 신은 듯,

잠들어 있던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선생님께서 먼저 외출하신 후,

나는 느긋하게 씻고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런던의 꽤나 쌀쌀한 기온 탓에

늘 같은 점퍼를 단벌신사처럼 입었던지라,

여전히 꽃샘추위에 맞설 옷들로 완전히 무장했다.



그리고 간간히 음악을 들을 줄이어폰과

내 분신과도 같은 작은 디지털카메라.

꼬깃 접어 넣었던 유로까지 챙기면

준비를 모두 마쳤다.

신나는 모험을 위해 떠나는 순간이었다.


우선 떠나기 전에 호텔 1층 로비에 앉아

무료로 제공되는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그리고 잠시 머무르며 가고자 하는 곳을 검색했다.


런던으로 여행을 준비할 때에는

정말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했고,

생각도 챙기지 못했다.

낯선 곳이고 동행자가 있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되려 런던에 와서

이곳저곳을 찾아보게 되었고

우연히 발견한 런던의 마트나 시장의 장소는

나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켜 발걸음을 간지럽혔다.


구글 지도 속 런던은

마치 보물을 찾기 위한 지도만 같았다.


오~ 여기, 재밌는 곳이까나..
그래! 오늘은 캠든 마켓으로 가자.



머물던 호텔에서 지하철을 타면

그곳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어서

꽤 적당한 거리라 여겨졌다.

먼저 구글 지도를 켜고

캠든 타운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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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도착한 캠든타운역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길게 이어진 캠든 하이 스트리트가 눈앞에 펼쳐졌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헐… 진짜 내 스타일이잖아, 여기!’



마치 서울의 홍대입구와 비슷했고,

도쿄의 시모키타자와나 하라주쿠를 닮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는 런던의 웅장한
아이보리 빛깔의 고풍스러운 여왕님은 없어.

단지 흥이 많고 유쾌한 알록달록한
사춘기 소년소녀들로 가득하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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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호텔을 떠날 때

진정 내 신발에 날개가 달려

나를 이토록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었구나 하고.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온몸의 관절들이 춤추듯 가벼웠다.


그리고 눈에는 호기심 가득 진 별 두 개를 꽂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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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캠든 마켓에서는
어떤 경험을 마주하였을까요?

오래된 것에 대한 비범함의 대한 이야기가
다음주 화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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