녜삐데이를 몇 번 겪고나면

[Nyepi Day] Day of Silence

by Joy


내 자신이 얼마나 소란스러운 인간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Q- 발리여행 봄에 가면 안된대


Joy- 응? 왜??


Q- 녜삐데이가 껴있으면 진짜 불편하대

맞아?


Joy- 아~ 녜삐데이?

여행객 입장에선 당연히 불편할 수 있지

근데 난...

이제 좋아


Q- 좋아? 왜?


Joy- 나도 한두 번 정도 녜삐를 겪었을 때는 불편했어

그리고, 만약에 서핑캠프같은 곳에 있다면 그날 더 재밌게 노는 사람들도 많고.

왜냐면 하루 동안 거의 밖에 못나가고 꽁꽁 집안에 숨어있어야 하니까 술판을 벌이기도 하거든 ㅋㅋ


Q- 너도 그렇게 술판으로 버텼어?


Joy- 술자리는 잠시만?

그리고 나서는 거의 호텔을 따로 잡아서 1박이나 2박을 했어.

녜삐때는 나갈 수가 없으니까 좀 시설이 좋은 호텔에 묵으면서 그 안에서 다 해결하고 그랬어.

한번 두번째 까지는 그냥 좀 불편한것도 있는데 쓸쓸함? 뭐 그런것도 있고 ㅋ

근데 몇번 겪으면서는 오히려 일찍 호텔로 들어가서 혼자있는 그 시간을 즐기고 싶더라고.


Q- 마지막 녜삐가 언제였어?


Joy- 작년 봄이었지.

재작년 12월로 서핑캠프 일을 마치고 한국에 온 다음에

한달을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여행하려고 갔었거든

그때 녜삐데이가 꼈었어.


Q- 그럼 그때도 쓸쓸하고 뭐 그랬어?


Joy- 음.. 개인적으로는 연애도 끝나고 발리생활도 끝나고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감정적으로는 쓸쓸한게 맞았지.

근데 오히려 처음으로 녜삐데이를 즐겨버렸어.


Q- 즐겼다고? 어떻게? 집에서 혼자 파티라도 했어?


Joy- 원래는 그날 호텔에 일찍 체크인해서 들어가 있는게 국룰이었는데

그날은 오래된 친구, 그렇지만 다신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친구랑 꾸따 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했거든.

그리고 호텔에 가려는데 그때 생각났지. 녜삐때는 보통 오토바이택시도 안잡힌다는걸.

그래서 그 친구가 호텔 근처 동네까지 태워다줬어.

근데 호텔까지는 못갔어. 동네 초입부터 현지 사람들의 행렬이 빽빽하게 있었거든.


Q- 행렬? 무슨 행사를 하는거야?


Joy- 응. 원래 녜삐데이 전날에 사람들이 길에 나와서 행사를 해.

약간 일본의 여름 마츠리처럼 조형물을 들고나오기도 하고 제를 지내는 모습도 있고 기도도 하고 하더라고.

근데 보통 그런 모습은 낮에 봤거든?

그날은 우연치않게 밤에 내가 그 길 한복판에 있게 된 거였지


Q- 어땠어? 호텔까지 걸어가는데 안무서웠어?


Joy- 이게 거리로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길인데 정말 2002월드컵때 지하철 출구처럼 사람이 빡빡한거야.

그리고 다들 인도네시아말만 하니까 난 무슨 말인지도 못알아듣겠고.

그래서 처음엔 약간 위압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몸 밀착한 채로 나도 가고 있더라고.

그러다 멈춰서서 정 중앙에서 기원같은걸 하는 모습도 뚫어져라 지켜보게 되고,

무슨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따라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어느새 희한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Q- 니가 아까 말한것처럼 개인적인 여러가지 일들이 닥쳐있을 때라 더 그랬던거 아닐까?


Joy- 맞아. 엄청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그냥 어느순간...

편안해지더라.

그리고는 호텔로 들어왔어.

포장해온 야식을 뜯어 먹으면서 컴컴한 방안에 앉아있는데

처음으로 녜삐때 유튜브를 안틀어놓고 오랫동안 있었어.

"사람은 생각보다 필요 이상으로 소란스러운거구나. 난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괜히 시끄러웠네." 라는 생각이 들고는 그다음부턴 마음이 평온해지더라구.


Q- 진정한 사일런스데이를 경험했네.


Joy- 맞아. 진정한 녜삐데이를 처음으로 느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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