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투쟁의 끝
작성자: 운틴
입력 : 07-26 10:50:51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나 봅니다. 4월 14일 해고, 4월 21일 국가인권위 진정, 7월 14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으로 진행되던 일이 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애초 변호사랑은 소송으로 가기로 했는데 그 중간 단계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어요. 해고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급히 신청을 했지요. 지난주 목요일이 출석요구를 받은 날이라 혼자 수원에 있는 노동위원회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은 주로 화해를 조정하고 그게 안되면 심문회의가 진행되는 곳인데 저한테 화해할 의사가 있냐고 묻더군요.
변호사가 미리 귀띔을 한대로 해고당한 날로부터 지금까지 밀린 임금을 주면 화해할 용의가 있다고 하니 바로 그 자리에서 연락을 하더군요. 그쪽에서 금액을 대폭 깎아서 내 의사를 묻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습니다. 그러고 나서 하루 뒤인 어제 오전에 다시 가서 그쪽 사람들과 합의서에 서명을 했어요. 두 사람이 나왔는데 해고를 주동한 사람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해서 다른 과장이란 사람한테 회사에 대한 실망과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돈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투쟁을 해온 게 아니라는 걸 알린 거죠. 다행히 말을 알아들은 것 같고 진지하게 행동을 해서 마음이 좀 풀렸어요. 그동안 도와준 변호사와 장애인 단체 간사분께도 일간 한번 찾아뵙겠다고 감사의 전화를 드렸습니다. 딸도 이 날 특강을 빼먹고 제가 뭘 하는지 보고 싶다며 동행을 했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하는 것도 보고 고용노동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노동위원회 공무원은 어떤 절차로 임명되는 지를 물으며 혼자 남아서 인터뷰를 했답니다.
올해 말까지를 투쟁기간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100일 조금 넘어 마무리되었네요. 더 얘기 안 해도 다 여러분이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거, 잘 아시죠? 그동안 고마웠어요.^^
옐로풀 07-26 19:37:08
다행이네요. 전 공부할 때 노동관계법을 배우며 말로만 듣던 노동위원회를 몸소 체험하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그때 노무사분이 말하길 작은 법정 같은 곳이라며 사측과 노동자 측의 위원회원들이 지정돼서 사안을 판단한다 들었습니다. 마음으로야 천 번 만 번 응원하지만 결국 행동은 본인의 몫이니 운틴님의 행동과 결단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따님도 그런 엄마를 보며 더 단단해질 것 같네요. 딸이 사회학과에 간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데 분명 거름이 되는 훌륭한 젊은이로 크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대가 친구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부악산 07-27 12:15:57
이거 보통 축하할 일이 아니군요!^^
약자의 승리이고, 정의의 승리라서 그렇습니다.
약자가, 정의가 이기는 꼴을 못 봐왔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질 때 지더라도 싸워보는데 의미를 두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기기까지 해 버렸네요!
다소 허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쪽에서 자기 잘못을 바로 인정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어 위안이 됩니다. 따님에게도 많은 공부가 됐겠어요.
운틴님은 약자이자 장애자의 권리 찾기 운동에 큰 발자취를 남기셨습니다. 길이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운틴님의 용감한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며, 저 자신이 그런 분의 친구라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낍니다.
운틴 07-28 10:34:08
수다의 바닷가 식구들이 같이 기뻐해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장애인들의 단체가 저에게 가장 든든한 백이었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요. 바닷가 식구들 역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는 것, 아시죠?
강아지풀 07-28 18:54:03
승리를 축하해요. 그리고 수고에 감사드려요. 멋지세요. 울컥울컥 하면서 글을 읽었어요.
그쪽을 위해서도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애쓰신 거예요. 8월 번개의 주제가 되겠어요^^
운틴 07-29 13:41:16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같이 속상해하고 화내주신 분들은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고마워요~
청각장애로 인한 해고를 견딜 수 있었던 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과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펄펄 뛰는 친구들이 있어 가능했다. 혼자라면 오래 걸릴 것도 없이 풀이 죽어 집에 처박혀 버렸을 거다. 그렇다면 누가 진정한 내 친구인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운틴은 학부모 독서모임에서 쓰던 내 닉네임이다. 부악산, 강아지풀, 옐로풀과 함께 한 수다의 바닷가 모임에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