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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6: 초월 충동을 다시 정직하게 꺼내는 법

by 시산
말 없는 귀향에서 말하는 귀향으로



1. 다시, 초월 충동을 말해야 할 시간


우리는 이 긴 여정의 끝에서,

사실은 귀향에 실패한 이야기들만을 따라왔다.


대역이 대신했고,

유령이 연기했고,

픽셀이 잔상을 남겼다.


그 모든 구조는

‘말하지 않는 귀향’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스스로 말하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2. 우리는 귀향을 연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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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이후,

최태민은 초월자의 대역이었다.

최순실은 초월자의 유령이었다.

천공은 초월자의 카리커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두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한동안은 그 형상들에 귀향을 맡겼다.


왜냐하면

직면은 고통스럽고,

귀향은 혼자 가야 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3. 초월 충동은 집단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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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 충동은

카리스마 리더나

영적 공동체의 이름으로 집단화될 때

대개 왜곡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개인의 고통과 무너짐을 통해만

진짜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초월 충동은

누군가의 설교나 예언이 아니라,

내가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조용히 심연에서 올라오는 리듬이다.


그 리듬은

• 내 고독에서 시작되고,

• 내 안의 부서진 말들 사이를 흐르며,

• 어느 날 조용히 나를 귀향시키기 시작한다.



4. 감정은 버려진 적이 없다. 다만 말이 끊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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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정을 잃은 게 아니다.

우리는 그 감정을 말할 길을 잃었다.


* 분노를 말할 언어를 잃었고,

* 상실을 나눌 대화를 잃었고,

* 고통을 사유할 시간을 잃었다.


그래서 초월 충동은 유통되었고,

패러디되었고,

끝내 이미지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감정을 복원하는 언어의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5. 정직한 초월 충동을 위한 세 가지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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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다시 초월 충동을 꺼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비화된 구원 서사가 아니라

정직한 붕괴의 직면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을 위해 필요한 건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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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초월 충동의 귀환은 거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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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은 죽지 않았다.

그것은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단지 우리가 그 방향을 다시 바라봐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안다.

귀향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형상으로 주어질 수도 없고,

리트윗될 수도 없다는 것을.


초월은,
내가 나를 향해
되돌아가는 길이다.

초월 충동은 드라마틱한 계시가 아니다.


그것은 매일 밤 불 꺼진 방 안에 앉아

스스로를 말없이 마주보는 능력이며,


출근길 지하철에서

어제보다 1초 더 숨을 길게 쉬는 능력이며,


누군가에게 고백하듯

“나 요즘 좀 무너진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그 순간이 초월 충동의 귀환이고,

그 리듬이 ‘진짜 귀향’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7. 결어: 불가능해 보이는 길, 그러나 가장 필요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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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묻는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있을까?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침묵을 멈추는 작은 고백
내 안의 감정을 말로 불러내는 용기
누군가의 무너짐을 가만히 들어주는 인내
모든 귀향은 사적인 리듬으로, 조용히


그리고 그 끝에서,

플레로마의 잔광이 다시

말할 수 있는 빛으로 깨어날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는

드디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다시 돌아가는 중이다.


초월 충동은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충동이 다시 살아나려면,

우리는 누군가를 따르기 전에

자기 존재의 무너짐을 직면하고,

거기서부터 말없이 귀향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초월은 믿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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