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에 달이 뜨면

3화

by 서윤


3화


닭장 같은 호송차량에서 보이는 교도소는 무슨 요새 같았다. 높은 콘크리트 벽 위에 둥글게 말아놓은 철조망과 출입문은 탱크가 밀어도 끄떡없을 것 같이 단단해 보였고, 스산한 겨울하늘이 회색빛이라 그런지 교도소 건물 전체가 어두운 회색으로 보였다.

구치소 갈 때만 해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그랬는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인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단 일주일 만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참 기가 막혔다.


여자교도소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은 이제 정말 죄인이란 울타리 안에 갇히는구나였다.

구치소는 그나마 원룸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사람들도 무언가 부드럽고 거부감이 없었는데, 교도소에 들어 선 순간부터 느껴지는 위화감은 기결수가 아니라 미결수인데도 정말 죄수가 된 것 같았고, 왠지 주눅이 들었다.


생각에 잠겨 멍하니 교도관을 따라간 곳은

창고 비슷한 곳이었고 왠지 께름칙 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그때 교도관의 말이 차갑게 공간을 가르면서 들려왔다.


" 상의 하의 속옷까지 탈의하고 나옵니다 '


" 다 벗으라고요 ? "


" 그렇습니다 전체 탈의하고 나오십시오 "


교도관의 말투는 거의 군대 언어와 흡사했기에 저절로 움추러드는 기분이었다.

쿰쿰한 냄새가 나는 긴 커튼 뒤에서 옷을 벗고 맨몸이 된 상태로 교도관이 시키는 대로 했던 것은 가장 민감한 부위 촬영이었다.

혹시 마약이나 지참해서는 안 되는 것을 은밀한 부위에 숨겼을까 봐 하는 검사라고 했다.


드라마에서 종종 보았던 것과 같이 숫자가 적힌 종이판을 들고 사진도 찍었고, 키, 몸무게 시력검사까지 신체검사를 마치고 나서야 파란 바구니를 건네받았다.


" 수의로 갈아입고 속옷은 그냥 입으셔도 됩니다. 신발은 벗어서 바구니에 담고 거기 하얀 운동화 아무거나 맞는 거 신으시면 됩니다 "


옷도 주고 밥도 주고 잠도 재워주는데 자유는 없는 감옥

난 그렇게 진짜 교도소의 한 사람이 되었다.


죄수복을 수의라 부르는 걸 듣는 순간 나는 죽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의는 주머니가 없다는데, 죄수복은 주머니가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원래 죄수복도 주머니가 없었는데, 인권문제가 발생하면서 주머니 있는 수의를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미결수가 머무는 미결사동 2호실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신입이라고 군기 잡는다고 폭력도 하고, 욕도 하고, 신상 보고도 해야 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2호실 방에는 세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고 그중 방장처럼 보이는 여자는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였는데 어딘가 촌스럽고 웃는 얼굴이 아니라 굳은 얼굴이었고, 또 다른 여자는 구치소에서 봤던 여자보다 더 예쁘고 침착한 인상이긴 한데 냉정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머지 여자는 얼굴도 크고 못생긴 편이었지만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었다. 내가 방에 들어가서 주위를 살피는데 방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방 생활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 사물함은 저쪽 위에 칸 하나 쓰면 되고요

기상시간은 5시 30분이고, 아침은 6시 20분에 먹어요 하루 한번 운동이 있고 취침은 9시인데 8시부터 누울 수 있어요

낮엔 절대 누우면 안 되고 무조건 앉아 있어야 해요 설거지하고 화장실 청소는 당번을 정해서 해요 "


머리만 끄덕이면서 듣고 있는데


" 구치소에서 온 거죠 ? "


" 네 "


" 1심에서 얼마나 받았어요 ? "


" 6개월이요 "


" 사기 ? "


" 네 "


" 일단 짐 정리하시고 자리는 여기 앉으면 돼요

여긴 미결사동이라 기결사동보다는 좀 나은데 그래도 규칙 잘 지키는 게 재판결과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까 잘 생활해 봐요 "


1심에서 2심(항소심) 까지는 보통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고,

상황에 따라 빠르거나 늦어지기도 한다는 걸 구치소에서 안내를 받고 왔기 때문에 최소 이곳에서 4개월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두렵다거나 긴장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일주일간 어느 정도 마음을 비웠다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사물함에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방장이 비누를 달라고 한다.


" 혹시 여기서 오이비누 줬어요 ? "


" 예 받았어요 "


" 그거 저 주면 안 될까요 ? 내가 오이비누만 쓰는데 물품구매에 오이비누가 없거든요 "


참 황당했다. 뭐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깟 비누쯤 뭐 대수야 하는 마음에


" 여기 있어요 " 하고 오이비누를 줘버렸다 "


촌스럽게 생겨서 오이비누에 집착을 하나 싶었다.

첫날은 이것저것 방 규칙이라든가 교도소 운동시간 목욕날 등 지켜야 하는 몇 가지를 들었고, 구치소보다는 약간 크다 싶은 방 때문인지 잠자는 공간도 조금 더 여유가 있어서 옆사람과 코가 닿을까 봐 웅크리고 자는 걸 안 한다는 게 더 좋았다.


교도소에서 이틀째 되는 날 아침을 먹고

또 그 미지근한 물에 믹스커피를 마시는데 방안 스피커가 울린다.


[ 779번 면담 나오세요 ]


나의 수형번호는 779번이었다.


차갑게 느껴지는 철창문 열리는 소리가 철커덕 났고 나는 교도관을 따라서 사무실로 갔다.

교도관은 내 판결문과 구치소에서 받은듯한 나에 대한 서류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판결문을 보니까 이걸로는 여기까지 올 사건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 " 묻는다.


" 저도 모르겠어요 1심 변호사님 말씀은 무죄가 확실하다고 했는데, 판사님이 법정구속이라고 징역 6월이라고 해서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


미결사동 교도관은 의외로 굉장히 부드럽게 이야기를 나눠주고 2심 재판에서 좋은결과 있기를 바란다면서 방 식구들과 마찰없이 잘 지내라고 당부를 했다. 교도관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게 착잡하고 어쩌다 내가 이모양 이꼴이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일주일동안 꾹 눌러 참고 참았던 눈물이 또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교도관도 이렇게 의아하게 생각하는 판결문인데.......

나는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가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울면서 겨우 면담을 마치고 방에 들어왔는데, 너무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지금 뭐 하는 거예요 ? "


" 왜 남의 사물함을 뒤져요 ? "


" 어차피 다 알게 될 거라서 그냥 판결문만 읽어본 건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요 "


방장은 내 사물함 서류봉투에서 판결문을 꺼내서 읽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니까 당황한 얼굴이 나와 마주쳤는데 남의 서류를 맘대로 보고는 너무 뻔뻔하단 생각이 들었다.


" 알게 되든 모르든 맘대로 남의 물건에 손대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


" 그냥 서류만 본 거예요 방장이 같은 방 식구가 왜 왔는지는 알아야 하잖아요 "


" 이것 봐요 당신이 방장인지 된장인지는 모르겠고 함부로 남의 사물함을 뒤지는 건 아닌 것 같네요 교도관한테 보고할래요 "


" 아 알았어요 미안해요 뭘 그렇게 발끈해요 "


" 앞으론 기본예의는 서로 지켰으면 좋겠어요 "


사실 기분도 가라앉고 다툴 마음도 없었는데 처음부터 쉽게 보여봐야 나만 손해라는 걸 구치소에서 느낀 게 있어서였는지 쉽게 물러서기 싫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운동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사동에 울려 퍼졌다.


[ 운동 운동 갑시다 운동

미결사동 전원 운동 나오세요

운동 안 가시는 분도 나오세요 ]


운동은 안 나가도 되는데 방안에 수형자가 혼자 있을 수는 없어서 한 방에 운동 안 가는 사람들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같이 있게 한다고 했다.

가끔 자살소동도 벌어진다면서 ~~


운동장은 기결수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미결수들은 운동장 위쪽 미결사동 작은 옥상 같은 곳에서 겨우 걷거나 뛰는 정도만 할 수 있었다.

미결수와 기결수는 죄의 확정과 미확정의 차이인데 별도로 관리를 한다.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여서 맥없이 혼자 걷고 있는데, 낯선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나이는 나와 비슷해 보였고 어디 시골에서 살다 온 사람처럼 얼굴이 거무잡잡 하고 입이 싸 보였다.


" 2호실은 지낼만해요 나도 거기 있다가 전방 왔거든요 "


" 네 아직 잘 모르겠어요 "


그냥 시큰둥하게 대답을 했다.


" 거기 773번 방장이 오이비누 뺏었죠 ?

나 그걸로 싸워서 전방했잖아요 그 여자 조심해요 아주 나쁜 여자니까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 여자는 나를 언제 봤다고 관심일까

그럼 난 완전 바보가 되고 있는 건가

나도 싸워야 했나

너무 쉽게 오이비누를 줘버렸나 그래서 그 여자가 내 사물함을 뒤진 건가 앞으론 좀 냉정히 굴어야겠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고,

진짜 교도소구나

사람은 사는데 사람이 아닌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의 생활에 긴장감도 살짝 느껴졌다.


40분 운동을 마치고, 다시 방에 들어왔는데, 예쁘게 생긴 770번이 말을 걸어왔다.


" 혹시 반성문은 썼어요 ?

반성문 많이 써서 제출해야 돼요

그래야 2심에서 도움이 되거든요 "


" 아직요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요 "


" 영치금 있어요 ? "


" 네 있어요 "


" 수요일 A4 용지 구매신청하세요 "


" 아 ~~ 네 그럴게요 "


" 필요한 물품도 써야 하니까 같이 구매하시고요 "


" 네 그럴게요 혹시 방에 필요한 거 있으면 이번엔 제가 살게요 "


" 그래요 신입이 한 번은 사는 거니까 그렇게 하고 다음부터는 돌아가면서 사면 돼요 "


770번은 얼굴도 예쁘고 똑똑해 보였는데 왠지 모르게 차가웠다.

저 여자는 왜 들어왔을까 ?

호기심을 일으키는 여자였다.

그때 복도 창문이 열리고 교도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 779번, 777번 접견 나오세요 "


미결수는 하루에 한 번 접견이 허용되었고, 변호사 접견은 별도로 또 할 수 있었다.


접견을 마치고 방에 왔는데, 777번이었던 얼굴 크고 사람 좋아 보이는 여자가 안 보여서 내가 물어보았다.


" 777번은 아직 안 왔네요 "


" 보석으로 조금 전에 나갔어요 "


" 보석 ? 무슨 죄명인데요 ? "


" 눈길에 오토바이를 쳤는데, 몰랐대요 뺑소니로 신고되어서 들어왔는데, 남편이 보석신청했고, 오늘 나갔어요 불구속 재판하는 거예요 "


" 아 보석 !! 잘 되었네요 "


나가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고, 부럽기도 하고, 남겨진 나 자신이 또 처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도소의 시간도 느리지만 흘러는 간다.

나는 항소를 했지만 아직 재판일정이 잡힌 것도 아니어서 할 일도 없었고 그럴 때마다 지나간 일 년이 자꾸 나를 괴롭혔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설마 하고 사람을 믿었던 나 자신이 한심했고, 더 신중하게 치밀하게 재판준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들곤 했다.


[ 책 대여하실 분 나오세요 ]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피커에서 책 대여하란 소리가 들려왔다.


" 책도 대여해 주나요 ? "


" 네 일주일에 두 권까지 빌릴 수 있어요

책 빌릴 거면 나가요 "


우리 방도 세명 다 책을 각각 두 권씩 빌려왔고, 책을 읽으면서 그나마 숨통이 조금 트이기 시작했다.


[ 배~~ 식 배~~ 식 준비하세요

배~~~ 식 ]


여기나 저기나 사소들은 목소리가 커야 하는 건가 싶을 만큼 씩씩한 목소리가 교도소 복도를 울려댔다.


복도 끝쪽에서 사소 ( 배식 또는 청소 담당) 의 우렁찬 목소리가 저녁밥을 끌고 오는 소리가 들리고 철창문 아래쪽 네모난 문 ( 늘 개구멍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로 밥과 국이 들어오고 반찬이 들어왔다.


끼니마다 배고픔을 느끼고 개구멍으로 들어오는 밥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사람은 또 어떻게든 적응해 가는구나 싶고 이렇게도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콧날이 시끈해졌지만, 계속 울고 있기엔 교도소는 언제 무슨일이 생길 지 모르는 곳이니 약하게 보일 수도 없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방장이 열어놓은 개구멍 (식구통)으로 찬바람이 쌩쌩 들이치고 다투기 싫은 마음에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싱크대 위 작은 창문을 바라보는데,

쇠창살을 넘지 못하는 겨울 달빛이 얼마나 시퍼렇게 보이는지 내 마음도 시리고 시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졌고 소리없는 눈물이 귓볼뒤로 흘러내리는 교도소의 첫밤이 지나고 있었다.




( 4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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