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경계선에서

나는 함께 숨 쉬지 못한 채 음악의 안과 밖, 그 경계에 서 있었다.

by 단음

[PART 2] 그 마음 그대로, 조금 다르게

2. 경계선에서




클래식은 아름다웠지만,

피켓팅은 그렇지 못했다.


늘 더 좋은 자리를 열망했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느 네모 칸 하나에 손이 닿으면

그게 곧 내 자리였다.


연속된 이선좌(이미 선점된 좌석)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2023년 12월 1일. 롯데콜서트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열정 가득한 새고 전진 끝에

겨우 얻어낸 1층 E구역.

비록 손끝은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과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가까운 자리였다.


시력이 1.0이 넘는 것이 괜히 자랑스러웠고,

연주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설렘과 기대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뭔가, 이상했다.


분명,

‘음향보단 시야 확보다!’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그의 열정적인 움직임과는 다르게

피아노 소리는 벽을 타고 맴도는 듯했고,

공간을 울리는 ‘목욕탕 울림’처럼

겹겹이 번져왔다.


나는 그 안에서 중심을 잃었다.

음악은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잠깐씩 스며들다, 다시 멀어졌다.


마치 경계선에 서 있는 것처럼.


닿은 듯, 닿지 않은 마음.

분명 감탄했지만,

나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더 혼란스러웠던 건—

공연 직후의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고,

나만, 어딘가 엇나간 채 서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걸까?

아직, 내 귀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귀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정말—

바로 옆자리도 음향이 다를 수 있다는

롯데콘서트홀에서,

하필이면 내가 앉은 자리가

나와 맞지 않았던 걸까?


같은 공연장이었다.

‘음향이 별로’라던 합창석에서도

나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은—

낯설고, 조금 복잡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with 독일 뮌헨 이자르 필하모니.


그의 연주 영상은

처음으로 ‘명징하다’는 단어를,

온몸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음 하나하나가 맑고 또렷하게 터졌고,

그의 손끝에서 쏟아진 옥구슬 소리는

마음속을 또르르— 굴러내렸다.


그 감동을 이젠,

‘직접’ 경험할 차례라고 믿었다.


그러나

같은 곡, 두 번의 연주.

영상과 실연—

감동은, 같지 않았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공연은

연주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공간, 좌석, 울림,

그리고 그날의 공기와 감정—

그 모든 것이

음악이 닿는 길을 만든다.


때로는,

그 길에 내가 닿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이 와중에 앵콜곡…
리스트 '사랑의 꿈' 마지막 부분 변주.
그 몇마디가, 아쉬움을 다 덮어버렸다.

정말. 너무. 좋았다.
임금님 귀는, 진짜 당나귀 귀였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with 독일 뮌헨 이자르 필하모니 (2023)

출처: 유튜브 채널 '살롱 드 뮤즈Salon de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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